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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 예술에 영혼을 불어넣다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를 대표함과 동시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그의 그림들 속에는 다른 작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묘한 무언가가 있다. 그는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여 약 10년 동안 화가로서의 인생을 보냈는데 그 마저도 조울증,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 그리고 경제적 가난으로 고통받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림에 임하는 자세는 남달랐다. 붓을 든 순간 그의 눈은 빛나고 생기가 돌았다. 그는 밀레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고자 했다. 특히 그의 사랑은 농부들을 향했는데 그들의 소박한 삶을 작품 속에 담고자 하였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은 어두운 배경에 조명빛이 대비되어 묘한 색을 띠는데 이는 더 포근하고 온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림의 분위기, 사람들의 표정과 모습 속에서 소박한 행복이 느껴진다. 고흐의 미술 인생 초반에 나온 작품이지만 고흐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붓터치가 느껴진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씨 뿌리는 사람 The Sower'과 '수확하는 사람과 태양이 있는 밀밭 Wheatfield with Reaper and Sun'

 그림 '씨 뿌리는 사람 The Sower' 속에 보이는 일군 밭에는 어둡고 푸르스름한 색이 틈틈이 메우고 있는데 이는 죽음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그 뒤로는 생명이 요동치는 듯한 느낌의 태양과 황금빛 밀밭이 늘어서 있다. 씨를 뿌리는 농부가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듯한 착각도 일으킨다. 농부의 몸동작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을 떠오르게 만든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살아 숨 쉬는 듯한 붓 터치이다. 그림 '수확하는 사람과 태양이 있는 밀밭 Wheat Field with Reaper and Sun'에서 그러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요동치는 듯한 붓 터치는 밀밭을 생명이 넘치는 장소로 만들어 준다. 농부 또한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색상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고흐는 아이러니하게도 '씨 뿌리는 사람'에게선 생명을, '수확하는 사람'에게선 죽음의 이미지를 느꼈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룰랭 부인의 초상화 (자장가) Madame Roulin Rocking the Cradle (La berceuse)'와 '밤의 카페 'The Night Cafe' 

 고흐는 일본의 '우키요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도 알려져 있다. 고흐는 원래 색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는데 '우키요에'는 그런 그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그림 '룰렝 부인의 초상화'와 '밤의 카페'에서 잘 나타난다. 그림 속 선들이 굉장히 굵고 뚜렷하게 나타나며 채도가 높은 다양한 색을 사용하여 조화를 이뤘으며 특히나 빨강, 초록, 노랑 등의 색을 자주 사용한 모습이 보인다. 다채로운 색상들은 그림을 전체적으로 생기가 돌게 만든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해바라기 Sunflowers'

 또 고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해바라기'이다. 고흐의 해바라기 사랑은 고흐가 '아를' 지역으로 옮겨가며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고갱의 방을 꾸며주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고갱 또한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속에서도 색에 대한 조예를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을 포함한 그림의 대부분이 노랑과 초록을 이루어져 있는데  기존의 정물화보다 훨씬 밝고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 색의 채도를 달리하여 단조로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묘한 입체감을 가져다준다.
 고흐는 작품들을 다른 작품들, 또는 특정 색상의 배경과의 조화에도 신경을 썼다. '난 이 그림이 해바라기 그림들 사이에 걸려 있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그림의 주변에는 짙은 황금색이나 구릿빛이 칠해져 있어야 한다.' 등의 대목에서 그런 부분들이 잘 드러난다. 고흐가 남긴 편지 속에는 실제로 색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고흐의 작품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이다. 별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과 고흐 특유의 붓 터치와 색감의 조화가 만나 영롱하고 몽환적인 밤하늘을 담은 작품이 탄생했다. 어둡고 정적인 밤이 아닌, 휘항찬란하고 동적인 밤으로 묘사했는데 고흐에게 밤하늘은 꿈과 무한함을 담은 이상향적인 존재였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자화상들 Self-Portrait

 그는 자화상도 여러 작품을 남겼는데 나는 그의 자화상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차오른다. 어딘가 아파 보이고 허약해 보이고 힘이 없어 보인다. 눈의 초점 또한 흐리멍덩하다. 그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았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도 잘 알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그림 속에 온전히 담겨 있다. 
 고흐의 자화상 중 푸른빛을 띤 자화상(오른쪽 아래)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고흐 특유의 붓 터치와 색감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림에서 많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배경은 '별이 빛나는 밤'과도 비슷한 유형의 붓 터치를 보여주는데 이는 생동감 있는 연출이라는 의견과 정신적으로 불안함을 표현했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개인적으로는 두 부분이 적절히 섞인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흐 자신이 조금 더 생기 있고 강인한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는 듯 보이지만 그림 전체적으로 어딘가 모를 우울함과 슬픔이 묻어 나온다. 특히 그의 눈이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매우 확고하고 강인한 눈이지만 불안함 또한 느껴지는 눈이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까마귀가 있는 밀밭 Wheatfield with Crows'

 이 그림은 고흐의 유작이라고 전해지는 '까마귀가 있는 밀밭 Wheatfield with Crows'이다. 수평선을 기준으로 어두운 밤하늘과 밝은 밀밭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 경계를 까마귀들이 하늘을 날며 넘나들고 있다. 어두운 밤하늘은 '별이 빛나는 밤'과는 다르게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이 유작이라는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림이 전체적으로 불안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고흐 특유의 붓 터치가 유난히 더 투박하고 거칠어 보인다. 살아생전을 대부분 고통 속에서 보내다 간 영혼의 예술가가 하늘에서는 평온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