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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리뷰] 언더워터 UNDERWATER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어느 분야에서나 통상적으로 들어맞는다. 영화, 음악 등의 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오프닝은 관객들의 주목을 이끌고 스토리에 이입이 잘 되도록 만드는, 집중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오프닝은 우리나라 영화 '범죄도시'이다. 원래 한국 영화는 크게 관심이 없는 나이지만 천만 영화, 이슈가 되는 영화들을 꼭 챙겨보았다. '범죄도시'도 그 중 하나였다. 배우 마동석의 그런 '슈퍼 히어로'적인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던 터라 고민 없이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 '범죄도시'의 오프닝은 극 중 악당으로 나오는 '장첸(윤계상)'의 등장을 아주 강렬하게 보여준다. 큰 기대 없이 시원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내용만을 기대하면서 본 영화지만 오프닝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영화에 굉장히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이후에도 오프닝이 다시 보고 싶어서 심심치 않게 영화를 다시 보기도 했다. 그만큼 나에겐 강렬한 오프닝이었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오프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영화 '언더워터(UNDERWATER)'를 리뷰하기 위해서다. 영화 '언더워터(UNDERWATER)'에는 오프닝으로 구분할 만한 부분이 없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등장, 그리고 사건이 발생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의 초반 전개는 굉장히 빠르다. 10분도 채 안된 시간에 수심 깊이 있던 지하 기지가 붕괴되고,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곧 이 영화의 주, 조연들이 모여 빠르게 탈출 방법을 모색한다. 빠른 전개는 작품 속에서 장점이 되거나 또는 단점이 된다. 이 작품에선 후자이다. 영화 '언더워터'는 초반에 주로 이루어져야 할 인물 소개나 상황, 배경 등의 이야기가 거의 없다. 친절하지 않다는 표현이 맞는 듯싶다. 그래서 그런지 인물들과 사건에 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 건 알겠는데 얘들은 도대체 누구야?'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계속 봤다. 후에 영화가 전개되면서 차차 하나씩 설명이 들어갈거라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건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받아들여야 했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의 '노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오랜만의 모습에 반가웠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해저 속 어쩌다 들어온 거미. 앞으로 펼쳐질 노라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시작 초반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천장에서 물이 새는 걸 발견한 노라

 

 초반부에도 말했듯이 오프닝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소개팅에서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듯, 영화에서도 오프닝은 소개팅에서의 첫인상 같은 역할을 한다. 첫인상의 느낌이 소개팅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때가 많듯, 영화도 마찬가지다. 오프닝에서의 불친절한 느낌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내용 전달이 잘 안된다. 편집의 문제인지,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게 영화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중간중간 어떠한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나는 영화를 놓치지 않고 봤는데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도중에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몇 번이고 돌려본 적도 있다. 후에는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었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구출 작전을 세우고 있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탈출을 위해 잠수복을 입는 노라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탈출 성공을 기원하며 다같이 입수한다

 

 이 영화의 장르는 SF/스릴러이다. 사실 오프닝, 내용 전달 이런 걸 다 제쳐두고 장르의 본 역할인 공상 과학 소설의 상상력, 그리고 공포, 무서움, 짜릿함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어도 이렇게 나쁘진 않았을 것 같다. SF 치고는 이미 너무 많이 봐온 진부한 내용이었으며 영화 속 큰 반전도 없었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심해 속 지하 기지에 정체 모를 생명체의 습격으로 기지가 붕괴되고, 거기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역경, 공포 등을 담고 있다(사실 영화를 봤음에도 자세한 내용을 잘 설명하지 못하겠다. 그만큼 나에게는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흥미로운 소재의 SF 영화도 아니면서 그렇게 무섭지도 않다. 그렇게 무섭지 않은 이유도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이입과 연관된다. 감정 이입이 안되다 보니 영화를 한 발짝 뒤에서 보는 느낌이 든다. 이는 곧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공포감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만들었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어두운 심해를 걷는 노라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정체 불명의 존재들과 마주친다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고통, 불안, 좌절을 느끼는 노라
영화 언더워터 UNDERWATER 엔딩 장면

 

 영화 속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매우 반가웠지만 영화를 보고나선 너무 안타까웠다(작품 활동은 계속했지만 볼만한 게 없었다). 분명 더 좋은 작품에서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언더워터보다 앞선 작품이었던 '미녀 삼총사 3'도 그렇고 영화 운이 없는 건지, 보는 안목이 없는 건지 참 안타까울 뿐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영화라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트와일라잇'이 떠오르고 다음으로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정도이다. '트와일라잇'은 하이틴 판타지 영화였고 더불어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데뷔 초 가장 주목받던 시기였기에 당연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같은 경우는 배우들 자체가 너무 좋은 것도 있었지만(줄리엣 비노쉬,  클레이 모레츠 등)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보여준 복잡하고 섬세한, 그리고 미묘한 감정 연기도 너무 좋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런 쪽의 연기에도 좀 더 도전해 봤으면 싶다. 이제 30대가 된 그녀가 연기적으로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영화       :    언더워터 UNDERWATER
감독       :    윌리엄 유뱅크
배우       :    크리스틴 스튜어트, 뱅상 카셀 ...
추천도    :    ★★☆ 2.5점
감상평    :    진부한 소재의 SF 영화. 내용 전달이 잘 되지 않음. 그래서인지 감정이입, 스릴, 공포감이 약하다. 즐길 거리가 많이 없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