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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리뷰]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2017년도에 개봉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은 판타지와 멜로를 적절히 섞어 만든 걸작으로 손꼽힌다. 종족, 장애, 언어 등의 장벽을 깨부수면서 사랑은 물처럼 어떤 모양으로도 변할 수 있음을 잘 표현했고, 이는 곧 수많은 수상으로 이어졌다. 내가 영화 '블루 마이 마인드'를 보게 된 이유도 '셰이프 오브 워터'의 느낌이 조금은 들지 않을까 하는 이유였다. 사춘기 소녀가 인어가 된다는 간단한 줄거리를 보고선 영화를 봐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선 영 찜찜했다. 마지막에도 한번 더 강조하겠지만 청소년들은 절대 보지 않길 바란다.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사춘기의 소녀가 점점 자신이 인어로 변해감을 깨닫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는 불안감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탈을 하다가 결국은 바다로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간단히 내용만 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가 불편하고 찜찜했다. 한국판 포스터에는 '너무나도 아팠던 그녀의 성인식'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는데 아픔보다는 선정적이고 문란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 한 영화였다. 아름다운 성장통 같은걸 상상한다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니 영화를 볼 거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미아' 역의 루나 웨들러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괜찮은 연출이라 생각된 장면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도 전부다 신인급이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연출이나 전개, 흐름 부분에서 서툶이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흡연과 음주부터 시작해서 약, 섹스, 동성애 등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온갖 소재들이 나오는데 '굉장히' 선정적인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 정작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성장, 정체성과 같은 내용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이게 문화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서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아니라면 감독이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작은 규모의 영화 치고는 나름(?) 잘 만들어진 편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가 정말 재밌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판타지 요소가 적절히 잘 섞여있던 부분이었다. 주인공의 언어장애 설정이나 주변의 독특한 캐릭터들도 영화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한몫했다. '블루 마이 마인드'에서는 그런 판타지적인 부분이 매우 적다. 주인공 설정이 '인어'인 것 이외에는 별다른 판타지를 심어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냥 평범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청소년의 일탈을 소재로 삼은 외설적인 영화가 더 맞는 듯하다.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판타지이다.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인어가 되어가는 장면 1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인어가 되어가는 장면 2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인어가 되어가는 장면 3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주인공 미아가 고통스러워 한다.

 

 내가 이 작품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 넣었으면 좋겠다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의 의도이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가 없다. 주인공 미아가 전학을 오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과정(서론)과 신체의 변화를 느끼며 혼란과 고통을 겪는 과정과 일탈(본론), 그러고는 인어가 되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바다로 떠나버리는 결론으로 진행이 되는데 결론 치고는 애매하다. 결론부도 굉장히 짧거니와 자신이 겪은 고통과 혼란 속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 흔히 성장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내적(또는 외적)으로의 어떠한 성장 하거나 또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보통의 성장 드라마라면 말이다. 허나 '블루 마이 마인드'에서는 그냥 주인공이 떠나버림으로써 영화를 마무리짓는다. 만약 이 영화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좀 더 가미되었더라면 그저 판타지성으로 흥미롭게 봤을 법도 한데 말이다.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결말부 1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결말부 2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결말부 3

 

 다시 말하지만 청소년은 이 영화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흔한 성장드라마를 찾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 좋은 성장 영화들이 많이 있으니 다른 영화를 찾아보길 바란다.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라 생각했는데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각본을 쓸 줄 아는 감독이라면 후에 재밌는 영화가 나올 듯싶다. 감독은 '리사 브루홀만'으로 배우 겸 영화배우이다. 후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