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전에 리뷰한 애니메이션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는 두 가지 작화를 이용해 영화를 전개했다. 리뷰를 하는 도중에 이처럼 두 가지 방식으로 연출을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생각났다. 바로 영화 '어나더 데이 오브 라이프(ANOTHER DAY OF LIFE)'이다. 이 작품은 카툰 렌더링 기법의 애니메이션으로 중심 스토리를 전개한다. 여기에 중간중간 실사 촬영한 인터뷰 장면들이 나오며 설명을 덧붙여준다. 처음 보는 방식의 독특한 연출이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지도 않았다. 오히려 실사보다 덜 잔인하지만 직설적이었고, 내용이 무겁지만 감각적이었다.
영화 '어나더 데이 오브 라이프(ANOTHER DAY OF LIFE)'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볼 거라면 만류하고 싶다. 원작은 동명의 소설로 기자이자 영화 속 주인공인 '리카르도'가 집필했다. 종군 기자로 활동한 그는 여러 곳을 다니며 자신이 보고 듣고 겪게 된 일들을 책으로 썼다. 그는 많은 책을 썼지만 그중 '어나더 데이 오브 라이프'를 가장 좋아했고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었다고 소개된다.
영화는 앙골라 내전의 참상,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기자가 가지는 책임감과 의무, 그 무게감 등을 담고 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앙골라는 포르투갈이 물러나면서 좌익, 우익 간의 권력 쟁탈전이 시작된다. 기자 리카르도는 앙골라의 상태, 내전 상황을 직접 목격해야 한다며 무작정 앙골라로 향한다. 많은 군인과 기자, 수많은 시체들을 만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참혹하고 끔찍한 사건들과도 마주하게 된다. 리카르도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 가진 힘을 알고 있다. 그가 적어내는 기사는 단순한 글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의 따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큐멘터리를 애니메이션화 시킨 작품들을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다큐멘터리를 애니로 만들려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고, 그리고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전쟁, 기아, 환경문제 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들을 대부분 실사에 의존한다. 사실 전달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주제의 다큐멘터리들은 구성은 각 작품마다 다를 수 있으나 대개 사실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문제를 인식시키려고 한다. 2008년 이스라엘 출신 감독 '아리 폴만'이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Waltz With Bashir)'를 만들어 칸 국제영화제 본선 경쟁 부문에 진출하여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 되고,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전미 비평가협회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실사 이미지를 능가하는 사실성 있는 애니메이션 이미지에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인해 애니메이션 형식의 다큐멘터리 제작이 활발해졌고, 뒤이어 다양한 작품들이 출하게 되었다.
'어나더 데이 오브 라이프'는 사실성 있는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갖추고 있음과 동시에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쟁의 참혹함, 전쟁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감 등을 잔인하지 않지만 감각적이게 표현했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용이 실사 장면보다 더 심각성있게 다가왔다. 단순히 전쟁만을 내용에 담지 않은 것도 좋았다. 리카르도의 심리 변화, 종군기자로서의 책임감, 그로 인한 내적 갈등이 전쟁과 함께 주된 내용으로 나타난다. 이런 부분들이 영화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앙골라 내전의 내용이 한국의 남북 분단과도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이 있어서 더 유심히 보았다. 우리나라도 식민지에서 독립 후 권력 쟁탈, 내전으로 인해 분단이 되었고 외부 세력의 개입도 있었다. 인간은 지성을 갖췄지만 욕심은 버리진 못했다. 자유와 질서라는 명분 아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희생은 가치 없는 죽음에 대한 좋은 변명이 되었다. 얼마 전 미국과 이란의 대립을 보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더 이상 이런 전쟁,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욕심이 생명 위로 올라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영화 : 어나더 데이 오브 라이프 ANOTHER DAY OF LIFE
감독 : 다미안 네노프 , 라울 데 라 푸엔테
추천도 : ★★★★ 4.0점
한줄평 : 전쟁에서 비롯된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 누구든 한 번쯤 봤으면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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