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보려고 했다가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못 봤던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NIGHT IS SHORT, WALK ON GIRL)'을 이번에 보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하게 이 영화가 언급이 되었고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독특한 작화와 표현 방식의 영화라는 것만 기억이 났고, 그것만으로도 금세 흥미가 끓어올랐다. 생각이 난 김에 난 바로 실행에 옮겼다.
우연히도 나는 이 영화를 술을 한잔 하면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주구장창 술 마시는 장면이 나왔다. 영화를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술을 계속 마시게 되었다. 주인공인 검은 머리의 아가씨가 계속 술을 도전적으로 먹는 모습을 보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따라 하게 된 듯하다. 아, 이 영화는 굉장히 독창적 부분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좀 전에도 리뷰를 쓰다가 주인공 이름이 생각 안 나서 술기운에 까먹었나 싶었는데 찾아봤더니 어쩐지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위에서도 '검은 머리의 아가씨'라고 칭했다. 남자 주인공은 '선배'다. 그 이외에도 등장인물들의 별칭을 보면 '사무국장', '빤스 총반장' 등 재밌는 별칭을 사용한다.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다양한 작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위 사진들은 오프닝 부분에 나온 작화들인데 보통은 일반적인 작화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중간중간 이렇게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작화가 등장한다. 스토리 자체도 굉장히 밝고 명랑한 데다 이런 작화들까지 있으니 보고 듣든 맛이 있는 영화이다. 주인공의 성격, 스토리, 분위기 등이 잘 어우러지는 연출과 전개를 보여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간단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주인공인 검은 머리 아가씨는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여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재밌는 것, 흥미로운 것을 좋아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재밌는 것을 쫓아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있다. 술은 젊고 모험심이 강한 소녀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소재이다. 술과 함께 책, 대학 축제, 감기 등의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검은 머리 아가씨는 이런 소재들을 따라 길을 걷고 그녀를 '선배'가 뒤쫓는다. 선배는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열심히 따라가 보지만 가는 곳마다 이상하고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검은 머리 아가씨와 선배의 연애는 이뤄질 수 있을까?
밝고 톡톡 튀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의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영화 속 내용이 하룻밤에 벌어진 일 같지만 계절의 변화를 겪는다. 각 계절마다 술, 책, 대학 축제, 감기와 같은 소재가 등장하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계절의 변화나 시간의 흐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낙엽, 주인공의 부채질, 감기,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옷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물론 로맨스 영화지만 사랑만을 얘기하진 않는다. 술, 감기, 시간, 궤변 등을 통해 인생, 삶과 관련된 여러 얘기들을 재치 있게 묘사하고 있다. 가령 젊은 사람들의 시계는 천천히 움직이고, 늙은 사람들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간다. 젊은 히구치는 검은 머리 아가씨에게 '아가씨와 있으면 밤이 너무 길어'라고 했다면, 늙은 이백 할아버지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술이 쓰고, 누군가에게는 술이 달다. 궤변 속에는 진실이 숨어있다. 이와 같은 재밌는 인생관들이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다.
원작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베스트셀러 연애 소설이라고 한다. 원작은 보지 못했지만 충분히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으리라.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출에서의 다양한 기법, 그러한 기법들이 이미 훌륭히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고민을 많이 한 티가 나는 작품이다. 나는 정말 재밌게 봤다. 술을 마셔가며 소리 내어 웃으며 봤다. 독특한 연출과 기법들도 너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 만드는 것 같다. 예전에 본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파프리카'나 너무도 유명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일본 애니메이션 분야는 상상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은 오랜 기간 손 떼지 못할 것 같다.
영화 :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NIGHT IS SHORT, WALK ON GIRL
감독 : 유아사 마사아키
추천도 : ★★★★ 4.0점
감상평 : 작화가 너무 이쁨. 다채롭고 아기자기함. 신선하고 흥미롭다.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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