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만화 중 명작을 딱 하나,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난 '베르세르크 BERSERK'와 '강철의 연금술사 Fullmetal Alchemist', 둘 중 하나를 고민할 것이다. 예술을 좋아하는 나에겐 의심할 여지없는 고민이 될 것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도 같지만 베르세르크 속에는 액션 만화가 주는 통쾌함, 타격감, 짜릿함 등의 재미 요소와 더불어 철학과 종교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나에겐 개인적으로 예술의 가치가 다분히 높은 작품이다.
베르세르크는 버서커 Berserk의 일본 표기로 광전사를 뜻한다. 주인공 '가츠'로 대표되는 광전사의 이미지는 이 만화의 대부분의 전투씬에 나타나고 있어 만화를 한 단어로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광전사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 광전사가 되어 수많은 괴물들을 무찔러야 하는 이유가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있다.
베르세르크는 가츠가 본격적으로 광전사가 되기 전과 후, 자신의 삶이 격변하는 계기가 생기기 전과 후를 황금시대와 암흑시대로 표현한다. 특히 이 황금시대는 프롤로그에 속하는 부분임에도 양이 엄청난데(대략 10권 정도의 분량이다) 베르세르크의 배경과 인물 이해와 함께 베르세르크 속으로 빠져드는 중요한 구간이라 독자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극장판으로도 이 황금시대만 따로 나온 게 있을 정도이다(총 3부작으로 나왔다). 황금시대를 읽게 된다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 베르세르크에서 손을 뗄 수 없을 거라 자신한다. 황금시대는 가츠가 오랜 친구이자 지금은 숙적이 된 그리피스와 만나 그의 동료인 '매의 단'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 단원들과의 동료애, 그리고 '매의 단'의 부흥기와 쇠퇴기를 담고 있다. 일련의 사건으로 가츠는 모든 동료를 잃게 되고 이는 그리피스의 탓이라 여기며 복수를 꿈꾼다.
암흑시대부터 본격적으로 광전사 가츠의 모험이 시작되는데 아직 연재 중이다. 베르세르크의 유일한 단점이자 최대 단점이 바로 '느린 연재'이다. 작가 미우라 켄타로는 장인정신으로도 유명한 작가이다. 그는 작품에 욕심이 많아서 어시스턴트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그림을 자신이 혼자 그린다고도 한다. 인터뷰에서는 완벽한 작품을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작업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만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만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건 알지만 독자들 속이 타들어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현재 연재 기간만 30년이 넘었고 40권까지 발행이 된 상태이다. 완결보다 작가 사망이 먼저라는 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무튼, 암흑시대에선 가츠가 자신의 동료이자 사랑하는 사람인 '캐스커'를 안전한 곳에 데려감과 동시에 그리피스에게 죗값을 물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베르세르크의 매력 포인트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 능한 완급조절이다. 베르세르크의 배경은 암흑시대로 대부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하고 있지만 절망적인 스토리나 고어하고 잔인한 장면뿐 아니라 희망적이고 유머러스한 장면과 연출이 교차적으로 반복된다. 그래서 베르세르크를 읽다 보면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로 인간의 모든 인생사, 감정, 욕망이 들어있다. '아름다워. 가슴이 저리도록. 사랑. 증오. 고통. 쾌락. 삶. 죽음. 이 모든 게 저기에...'. 고드 핸드 중 하나인 '슬렁'의 대사이다. 이 대사는 당시 장면뿐 아니라 베르세르크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만화 자체가 가츠의 삶을 다루고 있으며 가츠의 인생사가 얼마나 험난했고 기복이 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 험난한 삶에도 가츠가 꿋꿋이 앞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가슴속 무언가를 뜨겁게 만든다.
그 밖에도 뛰어난 작화 및 연출, 신과 악마, 이계 등의 흥미로운 소재, 가츠의 전투 방식 등 여러 매력이 많지만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길 강추하는 바이다. 입문을 극장판 '황금시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원작을 그대로 담고 있진 않지만 내용, 스토리 이해에 있어선 충분하다. 단, 선정적 수위가 높은 만화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애니 : 베르세르크 BERSERK
장르 : 전쟁, 액션, 다크 판타지
작가 : 미우라 켄타로
추천도 : ★★★★★ 5.0점
한줄평 : 인간의 모든 인생사, 감정, 욕망을 담은 작품. 명작 만화 중 하나. 꼭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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