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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정신병과 이상 성애, 그리고 양자역학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신세기 에반게리온

 

 넷플릭스를 뒤져 보다가 에반게리온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봤을 작품. 애니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봤을 작품. 사실 나도 예전에 한 번 보려고 시도했었는데 에반게리온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받아들이지 못해 꺼버린 기억이 있다. 이번엔 작심하고 에반게리온을 눌렀다.

 에반게리온은 메카물이다. 90년대 붐이었던 일본 특유의 사이버펑크 분위기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간략한 줄거리를 얘기해보자면 미증유의 대재앙 세컨드 임팩트를 직면한 후 인류는 사도라는 정체불명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비밀 병기 에반게리온을 만든다. 에반게리온은 왜 애가 타냐?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네르프 NERV 총 사령관인 아버지의 권유 아닌 권유로 에반게리온 초호기에 타게 되어 사도들과의 전투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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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분위기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바뀐 건지 몰라도 이번엔 크게 무리 없이 볼 수 있었다. 사실 애니를 다 보고서 리뷰를 써야 하나 고민을 조금 했다. 명작이라곤 하나 개인적으론 보편적인 명작 계열이라기보단 작가의 취향이 과하게 들어간 호불호가 심한 작품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리뷰를 안 하기엔 애니 속 몇몇 요소들이 너무 재밌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에반게리온 스토리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심 요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정신병과 이상 성애, 양자역학이다. 애니를 보면 이 세 가지가 끊임없이 교차되고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얘긴지 도통 감이 안 올 수 있다. 하나씩 떼어내서 보도록 하자.

 

에반게리온 초호기 조종사 '이카리 신지'
에반게리온 초호기
에반게리온 0호기 조종사 '아야나미 레이'
에반게리온 2호기 조종사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정신병

 어쩌면 에반게리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게는 '내면 심리'와 같은 말로도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애니 속 연출을 보면 확실히 '정신병'에 가까운 것 같다. '현대인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정신병을 앓고 있다'라는 말에 동의하듯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들은 정신병을 가졌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인 '신지'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해 애정 결핍의 모습을 보이고 이는 분리 불안으로 나타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스카'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 강박 증세 등을 보인다. 설정이 참 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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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정신병 연출

 

 정신병 관련 부분은 엔딩으로 치닫을수록 심해진다. 엔딩은 거의 대부분을 이카리 신지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4화부터 엔딩까지는 참 가관이다(직접 보길 바란다). 당시 감독인 안도 히데아키가 우울증이었단 얘기도 있다. 이런 연출을 이용해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궁극적인 인간의 모습, 현대 사회의 비판적 시각 등이 아닐까 싶다.


이상 성애

 이것 때문에 에반게리온을 보는 내내 불편을 느낀 사람도 많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에반게리온에선 유독 이상 성애 관련된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감독의 뇌가 의심스럽다). 나는 이상 성애라 표현했지만 이상 성욕, 성도착증으로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처음 시작하는 1화부터 최종화까지, 수위가 낮은 농담부터 수위가 높은 성행위 묘사까지 끊임없이 등장한다. 기억나는 것을 얘기해 보자면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콤플렉스, 소아성애, 동성애, 노출증, 관음증 등이 나온다. 많기도 하다. 에반게리온 내에선 정상적인 성적 교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등장인물 대부분이 정신병 중증 환자들이니 이해는 가지만 정상인이 보기에 이 애니는 너무 불편한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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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이상성애

 


양자역학

 전투 시스템, 에바기의 원리, 에반게리온 TV판 결말과 극장판 결말이 다른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양자역학을 배경에 둔 설정이라 생각된다. 큰 의미는 없지만 에반게리온의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배경 정도로 보면 되겠다. 그냥 전투씬이나 감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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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사도
에반게리온 강렬했던 첫 전투씬 1
에반게리온 강렬했던 첫 전투씬 1
에반게리온 인상적이었던 아스카 신지 합동 전투씬 1
에반게리온 인상적이었던 아스카 신지 합동 전투씬 1

 


 이렇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상생활 모습과 전투 장면을 오가며 정신병 - 이상 성애 - 양자역학, 이 세 가지 요소가 교차 반복되며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최종화로 갈수록 정신병과 이상 성애 요소가 극에 달해 차마 정상적인 애니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연출을 이어간다.

 사실 에반게리온은 일본 특유의 사이버 펑크 분위기를 잘 살린 작품임에도 에반게리온과 함께 떠오르는 건 그 외적인 부분들이 더 많다. 개인적으론 '명작'이란 타이틀을 붙이고 싶진 않다. 일본에서 초흥행을 이룬 작품이 분명하지만(이런 작품이 대박을 터트린 걸 보면 일본 성향도 참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일본 특유의 감성을 한국인인 나로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게 버블 시대 이후에 배경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는 것도 잘 와 닿지 않는다. 좋은 애니들이 많다. 괜히 명성에 사로잡혀 에반게리온을 접하고 정신을 더럽히지 말자. 특히 청소년은 보지 말자.

애니     :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장르     : 메카물, 사이버 펑크, SF
감독     : 안노 히데아키
추천도  : ★★★☆☆ 3.0점
한줄평  : 정신병과 이상 성애, 양자역학의 묘한 조화가 사람을 미치게 만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