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19'때문에 전 세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많은 공연과 행사 일정들이 취소 또는 연기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목 아래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 그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마트는 생필품과 식품을 사재기하려는 손님들로 순식간에 털리고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한다(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상황이 심각한 듯하다). 상황이 심각한 중국이나 이탈리아는 도시가 봉쇄되는 일도 일어났다. 현재 이런 상황들이 2011년 개봉된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나도 처음엔 얼마나 똑같길래 이슈가 될까 반신반의하며 보게 된 영화였다. 보고 난 후엔 마치 예언과도 같은 느낌을 준 영화였다.
지금 소개하려는 작품은 영화 컨테이젼 'Contagion'이다. 제목을 해석하자면 '전염'이다. 영화에서는 몇몇 부분만 제외하면 지금의 코로나 사태와 거의 흡사하다. 보는 동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또 한 번 영화감독들의 상상력과 정보수집능력에 감탄하게 된 작품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스티븐 소더버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션스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다. 그리고 이전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다수 찍은 경험이 있다. 평점 또한 높아 스릴러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영화 컨테이젼 역시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영화이다. 이번 작품도 역시 수작이라 칭할만했다. 작품 속에서 독특한 점들도 몇 가지 볼 수 있었다.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이 영화에는 많은 배우들이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많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리옹 꼬띠아르부터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 A.I. 에 주드 로,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아이언맨의 기네스 펠트로,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로 잘 알고 있는 로렌스 피시번까지 엄청난 라인업이 아닐 수 없다(나열하기도 벅차다). 난 영화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없이 보았던지라 출연배우들의 등장을 보며 굉장히 놀랬다. 물론 반가움에 놀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이렇게 많은 배우와 주연을 사용해서 산으로 가는 영화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중반쯤 보았을 때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확실히 많은 배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아는 감독이었다(오션스 시리즈를 참고해도 좋다). 주연들이 많아졌을 때는 그 주연 한 명 한 명이 영화 내에서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역할이 분명한지를 보고 싶다면 영화에서 그 배우를 한번 빼고 상상해보아라. 내용이 부자연스럽게 이어진다거나 어딘가 너무 빈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확실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진 셈이다. 영화 컨테이젼에서도 이렇게 많은 배우가 출연하지만 각각 분명한 역할을 가짐과 동시에 각자 뚜렷한 색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사건의 경과, 상황에 따른 배우들에 행동이 제각각 다르며 각 캐릭터들의 행동에 관심이 가게 된다.

영화를 전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인물의 행동,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춰 전개한다든지, 사건에 흐름에 초점을 맞춰 전개한다든지, 아니면 한 공간에서 배우들의 대화만으로 전개하는 독특한 방식도 있다. 영화 컨테이젼은 지극히 사건의 진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의문의 질병 확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기에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되고 점점 퍼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각각의 배우들은 크게 드러나지 않게끔 자신들의 역할을 해나갈 뿐이다. 조금 있다가 얘기할 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굴곡도 크지 않다. 다시 말해 갈등의 심화나 배우들의 감정선이 크지가 않다. 그래서 그저 사건의 진행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개는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커버해주는 게 바로 현실 고증이다. 영화 컨테이젼에선 고증이 너무 잘되어있다. 상황 묘사나 표현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현재 코로나 사태 때문에 더 그러하다). 그러므로 그저 지루할 수 있는 사실들의 나열, 사건의 진행에도 깊이 있는 이입이 가능했다. 또 지루할 수 있는 부분들은 대화 없이 사건의 장면 묘사만으로 넘어가는 부분도 깔끔했다.


앞서 얘기했듯 이 영화는 굴곡이 크지 않다.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감독은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채로 가감 없이 사실만을 보여준다. 바이러스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각 주연들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고 영화의 긴장감이 덜하지 않다. 영화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화면은 손(접촉)에 굉장히 집중한다.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 초반에 이러한 화면 구성과 접촉에 관련한 클로즈업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이런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줌으로 인해 중반부터는 나 또한 접촉에 계속해서 눈길이 쏠렸다. 또 각 배우들이 맡은 역할과 사건들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러스의 정체, 그리고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한 결말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가는 듯한 전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배경음악 등은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결말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전말 전달 방식 역시 깔끔하다.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나에겐 잔잔한 소름을 선사했다.


현재의 코로나 사태와 영화 속 상황은 정말 흡사했다. 마트가 털리고, 도시가 봉쇄되고, 방역복 입은 사람들이 환자를 이송시키고, 놀랍게도 바이러스의 시작 또한 현실과 거의 똑같았다. 다만 몇 가지 다른 점이라 한다면 영화 속 바이러스의 전염이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달리 접촉으로 인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전염성을 갖는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가 백신이나 검사 부문에서 혁신적인 일들을 해내고 있는데 반해 영화에선 온전히 미국의 주도 하에 사건이 해결되는 정도를 꼽을 수 있다(아무래도 미국 영화니까).
이 영화는 물론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재난 영화이다. 영화에서 이와 같은 장르의 재미도 볼 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직접 바이러스 최전선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박사, 바이러스로 아내를 잃는 과정에서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편, 거짓 기사를 통해 주식 사기로 엄청난 돈을 얻게 되는 기자 등이 등장하지만 영화 속에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 따위는 없었다. 그저 현실만이 존재했다.

다양한 기사나 소식들을 접할 수 있는 요즘이다. 내가 좋아하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등의 축구 일정도 연기가 되었다. 선수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선택한 조치이다. 가수들의 공연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진해서 구호물품과 크고 적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정치적,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도쿄 올림픽 강행이라던지, 물품을 사재기한 후 비싸게 되팔기를 한다던지,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주목을 받으려 하는 유튜버 등의 일들이 그러하다. 영화 속 엘리스 치버 박사 역의 로렌스 피시번이 악수의 유래에 대해 말한다. 악수는 낯선 사람한테 무기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오른손을 내밀어 안 해친 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믿음과 안전을 보장한 셈이다.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악수를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 간의 믿음과 안전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결말은 없었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아름답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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