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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리뷰]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원작 '아델의 이야기 1, 2부'

 리뷰를 하기에 앞서 예술에 대한 관점에 대해 두서없이 얘기를 조금만 해볼까 한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시각, 청각, 촉각 또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행위이다. 사람이 전달받는 감각에는 개인차가 있으므로 어떠한 작품을 통해 받는 감동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명작이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수작이라 할 수도 있다. 또 누구에게는 망작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지금 리뷰를 하려는 작품이 망작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 절대 아님을 알기 바란다.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내가 리뷰를 하는 목적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예술을 평가함에 있어서 나는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은 없고 다만, 의도에 맞게 잘 만들어진 작품과 그러지 못한 작품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리뷰를 하는 목적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조금 더 재밌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오늘 적는 글도 그러한 관점으로 리뷰를 할 것이다.

아델과 엠마,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이 영화를 본 건 몇 년 전의 일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건 아무래도 그 당시에 파격적인 소재였기 때문이다(나에게는). 파격적인 소재와 더불어 파격적인 정사신 또한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최근 들어 퀴어를 주제로 얘기할 기회가 조금 있었던 터라 다시금 이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어쩌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영화를 보는 눈이 한층 좋아짐과 더불어 이번엔 우연히도 헤드폰을 끼고 영화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얘기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사운드'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인물을 클로즈업한 채로 진행된다. 약간의 원근법과 가끔 거리를 두는 줌 아웃(?)이 있는 정도이다. 영화를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면 답답할 수 있다. 물론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려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과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그렇게 극적이지 않음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답답함을 채워주는 부분은 '사운드' 쪽이었다. 처음 영화를 볼 땐 전혀 몰랐다. 이 영화의 사운드는 '엠비언스(공간감)'가 엄청나다. 눈을 감고 있어도 영화가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상상이 될 정도이다. 화면은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 감정묘사에 최대한 집중한다. 사운드가 답답할 수도 있는 그 부분을 채워준다. 사운드와 촬영기법이 어우러져 더욱더 멋진 연출을 선사한다. 이 영화를 감상할 분이라면, 또는 다시 볼 분이라면 꼭 사운드가 좋은 영화관이나 헤드폰을 이용해 영화를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파란(블루) 문을 통해서 나가는 엠마,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이 영화의 제목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나오는 블루가 가지는 의미도 무엇인지, 영화에서는 어떻게 연출되어 나오는지 찾으면서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재밌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아델이 첫눈에 반하게 되는 엠마의 머리는 파란색이었다. 가장 따뜻한 순간에 엠마가 내비치던 색이었다. 작중 엠마의 머리색이 바뀌면서 아델이 그녀에게 받는 느낌 또한 차갑게 변한다. 영화의 마무리 단계에선 갈등이 해소되면서(완전한 해소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엠마는 파란 문을 통해 퇴장하게 된다. 아델에게는 그렇게 가장 따뜻했던 순간들이 파란색으로 남겨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 난 경험을 토대로 이 영화에 이입할 수 없기에 그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다. 다만, 이 영화에서 풍기는 프랑스 영화 특유의 아름다움이나 배우들의 손색없는 연기에는 가히 찬사를 보낸다. 나 또한 그것만으로 감동을 느꼈던 작품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한 감동을 느꼈으리라 짐작한다. 나에게 가장 따뜻한 색은 무슨 색이었는지, 나는 어떤 색을 풍기는 사람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