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예술가에게 직접 설명을 듣는 거 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와 국가, 가족 배경, 자라난 환경, 일종의 사건 등을 파악하는 게 효과적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는 앞서 언급한 내용 그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다. 최고의 미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반 고흐를 이해하고 싶어 읽은 책이지만 읽은 후 그의 생각과 예술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슬픔과 동시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하였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반 고흐의 편지 그 자체이다. 약간의 친절한 설명과 해설이 따를 뿐, 개인적인 생각이나 주관적인 견해 따위는 들어가 있지 않다. 반 고흐의 그림을 어떠한 개입 없이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으로 받아들이기 좋은 책이다. 나는 미술을 포함한 어떤 예술이든 해설집을 통해서가 아닌 개인의 생각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걸 권한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또한 예술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내가 보는 예술과 남이 보는 예술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방해받지 않고 반 고흐와 그의 작품을 느낄 수 있기에 충분하다. 고흐의 그림들을 감상한 후 이 책을 '작가와의 대화'처럼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나에겐 그림밖에 없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편지 속의 반 고흐는 여리고 순수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했지만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가시처럼 느껴짐을 안다. 그는 얼마나 많은 가시에 찔리며,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뎌 냈을까. 이와 함께 그는 생활고도 겪었는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여러 차례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만 예술에서만큼은 강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예술, 사람의 영혼에서 솟아나오는 것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그는 타고난 예술가였다.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농촌 생활을 그림에 담아내고자 했다. 어떻게 해야 생동감 있는, 살아 숨 쉬는 그림을 담아낼 수 있을지, 찰나에 느꼈던 인상적인 장면을 빠르게 담아낼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했다. 특히나 그는 색에 무척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파헤친 넓은 밭을 노란색과 보라색을 섞어서 소박함을 표현한다던지, 슬픔 없는 죽음의 이미지를 황금색으로 나타낸다던지, '해바라기' 그림 두 점 사이에 '롤랭 부인의 초상'을 둬서 노랑과 오렌지색의 여인의 머리를 더 눈부시게 한다던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색과 함께 화법 또한 점점 살아난다. 우리가 잘 아는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은 그렇게 탄생한다. 그의 몸은 상해 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림들은 점점 불타오른다. 마치 영혼을 불어넣듯이.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형의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동생 테오는 반 고흐와 동등한 대우를 받음이 마땅하다. 반 고흐가 작품들을 완성하는 데 있어 테오의 역할이 상당했다. 그는 반 고흐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했을 뿐 아니라 값진 조언과 진심 어린 걱정을 해주었고, 언제나 반 고흐 편에 서서 그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테오의 존재는 반 고흐를 존재하게 했고 그와 영혼을 담은 편지들을 주고받았으며, 그 영혼들은 온전히 반 고흐의 작품에 실렸다. 반 고흐가 죽자 동생 테오도 머지않아 영혼을 잃었다. 이는 나에게 조금도 이상한 점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Vincent van Gogh 까마귀가 나는 밀밭

 책을 다 읽은 지금 난 반 고흐의 그림을 다시 감상할 생각이다. 그의 영혼이 담긴 작품들을 다시 감상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그의 생각과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순 없지만 그의 그림 속엔 예술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고, 또 슬프기도 하다. 세기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에 진심을 담아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