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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Homo Deus 현실적이라 더 무서운 공상과학 서스펜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Homo Deus

 유발 하라리의 서술 방식과 화법은 역시나 재밌다. 사피엔스의 후속작이라고 하는 호모 데우스 Homo Deus는 현실성 있는 가능성들을 종합해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보는, 결론적으론 사피엔스의 종말을 예고하는 책이다. 사피엔스의 종말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 책은 그 속의 내용을 보면 더욱 놀랍다. 놀라움을 넘어서 많은 사피엔스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호모 데우스 Homo Deus, 디지털 지문.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든다
호모 데우스 Homo Deus, 모든 것은 변한다

 솔직하게, 책의 초반부부터 중반부까지는 조금 지루하다. 대부분의 내용이 전작인 사피엔스를 답습하고 있었다. 물론 이 또한 유발 하라리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며 중요한 내용이지만 사피엔스를 읽고 바로 호모 데우스를 읽기 시작한 나에겐 조금은 지루한 과정이었다. 그래도 역시나 유발 하라리 특유의 서술방식과 화법은 봐도 봐도 재밌긴 하다.

호모 데우스 Homo Deus, 사후 세계, 신 등이 있다고 믿었던 옛날

 책에서 인본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책이 본격적으로 재밌어진다. 사실, 인본주의는 이미 우리 생활,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 속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지만 우리가 크게 의식하거나 상징성을 두지 않는다. 역사의 흐름에 맞게 인본주의는 자연스레 스며들었으며 우리에겐 이미 당연하게 여겨진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면서, 책을 통해 역사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를 보고서야 우리가 인본주의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과거 '신' 중심이었던 세상이 '나'가 중심이 되었고, 유발 하라리는 그다음 주자를 '데이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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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Homo Deus, 그림으로도 알 수 있는 세상의 중심 변화

 여기서부터 이 책은 조금씩 무서워진다. 이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많은 데이터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독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은, 몰랐더라도 유발 하라리가 수많은 예시를 들며 우리에게 친절히 알려준다. 유발 하라리 팬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책 또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나'에서 '데이터'로 중심이 옮겨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인체의 알고리즘의 비밀들이 파헤쳐지면서이다. 우리가 '의식'이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경험, 감정 등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이 단순한 생화학 알고리즘의 과정임이 드러나고, 이것들이 통제가 가능해진다면, 그것이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시점이다. 인본주의의 붕괴인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호모 데우스 Homo Deus, 자신이 믿던 세계가 붕괴되는 것을 인간은 과감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번 책 역시 전작인 사피엔스처럼 중요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미래로 나아갈 시에 주요한 질문을 꼽자면 첫 번째로 '인공지능(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두 번째는 '인공지능에게 인류의 중심을 내어줘도 괜찮은가?'이다. 유발 하라리의 책만 봐도, 아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변화와 발전의 속도만 봐도 인공지능의 시대는 분명히 오게 된다. 영화 '아이언 맨'을 예로 들면 좋을 듯하다. '아이언 맨'에서는 '자비스'라는 인공지능이 토니 스타크의 생활 전반을 보좌한다. 물론 영화에선 토니 스타크가 주체적인 모습으로 나오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만들다 '울트론'이라는 실패작이 탄생해 인류에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유기체와 비유기체의 결합물인 '비전'이 탄생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은 스릴 있는 공상과학 판타지에 지나지 않지만 이게 곧 우리가 맞이할 미래다. 그리고 인류의 존망이 걸린 선택이 될 것이다.

호모 데우스 Homo Deus, 인공지능에게 세상을 맡겨도 괜찮은가

 그런 미래는 아직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유발 하라리가 그린 미래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울 것이다. '나'가 중심일 때 미리 생각해보아라. 나중엔 '나'가 생각할 필요조차 없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