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 파이널 판타지 7의 진성팬이라고 자부한다. 3~4번 정도 클리어 했었고 원작 파이널 판타지 7의 이벤트나 맵, 소환수, 리미트를 거의 다 기억할 정도로 게임에 빠졌었다. 이번에 파이널 판타지 7이 리메이크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벅차올랐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발매 전 분할 판매라는 불안한 소식과 함께 기다림이 점점 걱정으로 바뀌었고 이 걱정은 예상과 일치했다. 현재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Final Fantasy VII Remake' 엔딩을 보고 너무도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 물론 장점도 있었고 단점도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발매될 리메이크 시리즈는 예약구매나 제값에 구매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스퀘어 에닉스 게임도 말이다.
일단 리메이크의 장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분명히 단점만 있는 게임은 아니었다. 우선 최신 그래픽으로 교체되면서 내용 설명이 원작보다 자세하고 세세하게 이루어졌다. 게이머들이 이해하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 원작은 대부분의 텍스트와 간단한 표정과 모션만으로 내용을 전달했기에 나처럼 스토리 북을 보지 않았다면 완전한 이해가 힘들었다(사실 스토리 북을 읽어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리메이크에선 내용 전달이 보다 확실하다. 세트라와 제노바, 사념체 등 보자마자 내용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전투 시스템도 칭찬하고 싶다. 원작의 턴제 방식과 실시간 액션이 합쳐진 전투 시스템인데 나는 상당히 재밌게 즐겼다. 상성이 상당히 중요했고 적에 따라 다양한 전술 형태로 대응해야 했다. 15때와는 다르게 소환수를 소환하면 한동안 같이 싸울 수 있어서 소환하는 맛도 쏠쏠했다. 캐릭터 디자인과 더불어 원작의 많은 요소들을 그대로 살린 부분(오프닝이나 미니게임, 계단 오르기 등), 무기별 어빌리티 획득 시스템도 칭찬하고 싶다. 자,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까(?)보도록 하자.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전투 게임플레이 영상
미리 얘기하지만 단점은 많다. 먼저 제일 문제가 되었던 억지 분량 늘리기에 대해 얘기해보자(분할 판매와도 관련있다). 처음에는 분량 늘리기가 무슨 얘긴가 싶었는데 해결사 퀘스트의 시작과 동시에 의심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중반부에 존재하지 않던 캐릭터(특히 제시)들의 분량이 커진 것과 더불어 후반부 미로같은 지형을 통과하고 나니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실 난 발매 처음부터 걱정한 게 미드갈 탈출까지가 1편이라는 사실이었다. 원작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미드갈 탈출은 극 초반부에 해당한다. 미드갈은 파이널 판타지 7에 나오는 수많은 도시와 마을 중 하나이다. 도대체 몇탄을 제작할 꿍꿍이인걸까. 이 이야기는 후에 자세히 얘기하자.
또 다른 단점으로는 난 표정을 꼽고싶다. 이번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서는 보통의 잘 만들어진 게임들이 사용하는 모션캡쳐가 아닌 인공지능 AI를 이용하여 표정을 구현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을 쭉 하다보면 헛점들이 보인다. 시선처리나 초점이 영 불편했다. 갑자기 캐릭터가 허공을 보고 얘기하는 느낌이라던지, 갑자기 NPC처럼 밋밋한 표정을 짓는다던지, 이런 일들이 허다했다. 특히 난 바레트 얼굴 각도가 너무 불편했다. 파이널 판타지 7 같은 명작을 리메이크했다면 모션 캡쳐를 해야 했다.
앞서 전투 시스템을 칭찬했지만 전투 시 화면 문제가 상당히 거슬렸다. 특히 공중에 있는 적을 상대할 때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내가 설정을 크게 변경해 보진 않았지만 완전 해결책은 없는 것 같다. 다음 편에는 자동으로 화면이 따라가는 시스템을 적용했으면 싶다. 전투 밸런스도 조금 이상하다. 어떤 보스는 엄청 쉬운가 하면 어떤 보스는 너무 어려웠다. 어떤 보스의 공격은 간지러웠지만 어떤 녀석은 공격 하나하나가 중상을 입을 정도였다. 가끔은 보스급도 아닌 적이 너무 어렵기도 했다.
원작과는 다른 전개와 연출도 거슬린다. 게임 초반부터 망령같이 생긴게(필러) 계속해서 나오는데 원작에는 없던 부분으로 이것을 기반으로 이상한 스토리 전개를 이어간다. 바레트가 갑자기 생뚱맞게 세피로스에게 찔린다거나 잭스가 등장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디테일 부분도 아쉽다. 배경이나 NPC 디자인, 실내 물건과 가구 디테일은 물론이고 후반부에 보스전에서 나오는 '어드밴스 칠드런' 영상을 잘라 넣은 부분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진짜 할많하않).
캐릭터 성격 반영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다. 이는 특히나 티파 쪽에서 강했는데 내가 아는 원작의 티파는 아주 파이팅 넘치고 활발한 성격의 소녀였는데 리메이크로 넘어오면서 천상 여자가 되었다(이건 나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난 아직도 티파하면 스칼렛과 대포 위에서 뺨을 주고받는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 외 단점들도 너무 많지만 일단 중요한 것들만 집어보았다. 앞선 얘기 중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은 분량 문제이다. 원작은 애초에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파이널 판타지의 판타지 넘치는 스토리와 모험에 매료되었었다. 흥미로운 전개와 충격적인 스토리와 반전들, 그리고 동료들과의 낭만적인 모험이 매력이었단 애기다. 하지만 리메이크로 넘어오면서 분할 판매와 동시에 원작의 매력 또한 분할되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미드갈 탈출은 극 초반부에 해당한다. 우리는 코타 델 솔, 니블헤임, 골드소서, 대공동, 우타이 등 가야할 곳이 너무 많다. 그런 곳과 더불어 곳곳에 숨은 장소들과 웨폰들은 어떻게 할 건지, 이 정도 전개 속도라면 적어도 6편은 나올 듯하다. 한 게임을 30만원 이상 주고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반대다.
스퀘어 에닉스는 1부 에어리스의 죽음, 2부 세피로스 결전으로 나눴어야 했다. 이후에 추가 DLC로 잭스 스토리나 빈센트, 또는 어드밴스 칠드런 등 다룰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돈을 선택했다. 팬들이 호구라는 전제 하에 진행된 프로젝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원작에 이렇게 먹칠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그렇게 호구가 아니다. 스퀘어 에닉스의 선택이 과연 돈을 끌어올지, 회사가 망하는 길로 가게 될 지는 두고봐야 알지만 적어도 나는 이제 더 이상 스퀘어 에닉스 팬이 아니다.
PS5가 곧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수많은 게임들도 발매를 준비중이다. 우리에게 선택지는 많기에 스퀘어 에닉스가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는 희대의 명작을 리메이크한 희대의 졸작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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