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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리뷰]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세기의 여배우 하면 우리 머릿속에서 바로 떠오르는 배우들이 몇몇 존재한다. 올리비아 핫세, 마릴린 먼로와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배우 중 한 명이 오드리 헵번이다. 그녀의 대표작은 '로마의 휴일'과 '티파니에서 아침을' 두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이번에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고 글을 몇 자 적어볼까 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사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작품성이 매우 뛰어난 영화라기보다는 몇 가지 상징성을 띄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명작이라서 많이 회자되는 줄 알았지만 보고 나서 많이 회자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예술 영화라기보단 상업 영화에 가깝다. 영화 속에서 보석 브랜드인 'Tiffany'를 브랜딩하였고, 오드리 헵번을 세기의 아이콘으로 부상시켰고 그와 동시에 'Moon River'라는 곡을 띄워놓았다. 한 영화로 3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마케터들은 이 영화를 꼭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영화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를 구축한 장면

 먼저 영화 속 주인공인 오드리 헵번 얘기를 해보자. 사실 오드리 헵번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소유자로 기존에 미국에서 각광받던 미녀 배우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다. 물론 외모는 출중한 배우이지만 너무 마른 그녀의 몸은 이성적인 어필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오드리 헵번이 세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계기는 영화 속 캐릭터의 이미지 구축에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홀리(오드리 헵번)은 상류층 남자들만 찾아다니며 신분상승을 꿈꾸는, 어떻게 보면 좋지 못한 여성상으로 나온다. 그녀는 사치스럽고 태세 전환에 능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 내가 생각하는 여자의 안 좋은 성격을 다 가진 여성이지만 영화에선 오드리 헵번을 내세워 연약하고 외롭고 사랑스럽게 포장해놨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오드리 헵번이 아주 맛깔나게 연기를 한 부분도 있다. 그녀는 사실 처음에는 홀리 역이 자신의 성격과 너무 반대여서 배역을 맡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오드리 헵번은 봉사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아무튼 오드리 헵번의 홀리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였고 그 시대 많은 여성들이 그녀를 따라 하게 만들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남자들을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부린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같이 살던 고양이도 마음만 먹으면 버릴 수 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언제나 꾸미는 걸 좋아한다

 다음으로 큰 성공을 맛 본 이는 브랜드 'Tiffany&Co'였다. 영화 속에서 돈이 부족한 주인공들이 티파니 제품을 사지 않고도 티파니에서 반지에 이니셜을 새겨주는 장면과 함께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는 좋은 곳이라고 그랬죠?'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이 장면으로 'Tiffany&Co'는 단번에 선하고 이해심 많은, 착한 브랜드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장소인 'Tiffany&Co' 본점을 방문했고 이니셜을 새겨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원래 없던 서비스였지만 고객들의 폭발적인 요구로 서비스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본점 4층에 레스토랑 카페를 열어서 정말로 영화 제목처럼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아직도 영화 제목인 '티파니에서 아침을'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대충 상류계급에 빗댄 표현이라 생각은 하지만 영화와 매치가 안된다). 철저한 브랜드 마케팅의 산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티파니는 이해심이 많습니다

 세 번째 토끼는 노래 'Moon River'다. 정작 제목은 모르지만 이 노래를 듣는다면 모두가 '아! 이 노래!'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만큼 이 노래는 아직까지도 영화, 광고, 공연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노래 자체도 워낙 좋지만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이 노래를 OST로 내세우며 엄청난 유명세를 탔다. 영화의 주연인 오드리 헵번의 음역대에 맞춰 작곡되었다고 한다. 이 곡은 1961년 영화 개봉 당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 1962년 그래미상 올해의 음반에 뽑히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노래는 홀리의 쓰레기(?) 같은 인성과 현실적인 부분을 미화시키는 데도 한몫했다. 홀리가 창가에 앉아 통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녀를 마치 아름답고 착하고 선하며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성으로 포장해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홀리는 현실적으론 꽃뱀과도 같은 여자이지만 영화 속 그녀가 사랑스러움에는 틀림없다. 이는 오드리 헵번, OST, 그리고 뉴요커 이미지와 브랜드 'Tiffany&Co'가 가져온 환상적인 조화로 이루어진 것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Moon River를 부르는 오드리 헵번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버려진 불쌍한 고양이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더 불쌍한 척 하는 주인님

 영화에서 이런 브랜드 마케팅은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같은 맥락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멋진 차들을 뽐낼 수 있었던 '트랜스포머' 등에서 나온 옷과 자동차들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범블비의 카마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영화는 잘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런 마케팅을 잘 하지 않는 듯하다. 아마도 세계적인 브랜드의 부재와 더불어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외국 할리우드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최근 극한직업에서 나온 수원왕갈비통닭이 의도되지 않은 마케팅 효과를 불러온 독특한 사례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엔딩

 이처럼 영화나 문화가 가진 힘은 엄청나다. 몇십 년이 흐른 지금에도 오드리 헵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꼽히고 주얼리 브랜드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은 'Tiffany&Co'이다. 물론 영화가 너무 상업성을 띄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와 마케팅을 적절히 섞어 효과를 보는 것 또한 좋은 문화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이런 흥미로운 브랜드 마케팅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