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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리뷰] 있지 ITZY 'IT'z ME'

 19년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걸그룹을 꼽자면 나는 JYP 소속의 있지를 선택할 것이다. 다른 걸그룹이 못했다기보다는 있지의 등장은 그만큼 임팩트가 있었단 뜻이다. 다양한 장르를 K-POP에 잘 융화시킨 곡 '달라달라'는 신인 걸그룹의 개성 강한 매력을 어필하기에 충분히 완성도 높은 곡이었다. 그리고 신인이라 하기에는 놀라운 퍼포먼스와 비주얼적인 측면도 고루 갖춘 차세대 걸그룹의 등장은 나에겐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리고 데뷔 갓 1년이 지난 20년 3월 9일 그녀들의 두 번째 미니앨범이 출시되었다.

 타이틀곡 'WANNABE'를 듣자마자 나는 살짝 혼란했다. 혼란했던 이유는 노래나 앨범의 완성도가 떨어져서는 아니었다. 데뷔곡 '달라달라'와 너무 비슷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아니, 내 귀에는 거의 흡사했다. 듣자마자 이 곡은 데뷔할 때 '달라달라'와 경합을 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곡가를 찾아보니 역시나 '달라달라'를 만든 별들의 전쟁 (GALACTIKA *) 팀이었다. 물론 두 곡은 전혀 다른 곡이긴 하다. 하지만 곡 전개나 사운드 소스, 가사나 내용 등이 너무 비슷해서 '달라달라 PART 2'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룹 있지가 '달라달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면 그 스타일을 밀고 가는 것에는 동의한다. 허나 이 말이 비슷한 곡들을 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글을 비난 아닌 비난으로 시작했다고 앨범이 나쁘단 뜻은 아니다. 앨범의 완성도나 구성 등 퀄리티는 정말 좋았다. 있지의 퍼포먼스, 실력 또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다만 전과 너무 흡사한 곡이 타이틀로 나와서 아쉬울 뿐이다. 그럼 앨범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있지 ITZY 'IT'z ME'

 

 미니앨범 'IT'z ME'는 타이틀곡 'WANNABE'를 포함해 총 7곡의 트랙을 담고 있다. '달라달라'의 뒤를 잇는 퓨전 그루브 장르의 'WANNABE'와 'TING TING TING with Oliver Heldens', 'THAT'S NO NO', 'I DON'T WANNA DANCE' 등의 하우스, 뭄바톤, 그리고 팝 록 장르의 'NOBODY LIKE YOU' 등 신나고 강렬한 장르들로 구성되어 있다(하우스와 뭄바톤은 K-POP과 떼놓을 수 없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각각의 곡들이 굉장히 잘 뽑힌 느낌이었다. 보통 앨범 전체를 들으면 타이틀곡 외 몇 곡만 기억에 남는데 이번 앨범은 모든 수록곡들이 매력적이게 들렸다. 그만큼 수록곡들 하나하나가 강렬했다. 이번 앨범도 1집이었던 'IT'z Different'와 이어지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난 나야' 컨셉을 가지고 나왔다. 5명의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멤버들과도 잘 어울리는 컨셉이다. 

 인상적인 점 중 하나가 이번 앨범에선 마이너 스케일을 많이 활용한 것 같았다. '그게 뭐가 인상적이냐?'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아는 JYP 걸그룹들은 메이저 스케일의 밝은 멜로디를 주로 사용해왔다. 대표적으로 트와이스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이너 스케일을 잘 쓰는 곳 중 하나는 YG이다. 그래서 YG의 곡들은 흔히 말해 'SICK'하고 'COOL'한 매력이 있다고 한다. YG의 블랙핑크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있지의 이번 앨범에서는 블랙핑크의 느낌이 많이 나타난다. 마이너 스캐일을 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듯 보였다. 그래서 이번 앨범 'IT'z ME'를 들으면 'SICK'하고 'COOL'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물론 JYP의 트와이스가 국내 명실상부한 걸그룹 음원 강자이긴 하지만 해외에선 블랙핑크의 팬덤이 굉장하다. 이를 의식해서 만든 걸그룹이 있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조금 드는 부분이다.

 

있지 ITZY 'IT'z ME'

 

 수록곡 'THAT'S NO NO'를 들었을 땐 마마무가 떠올랐다. 지금 하는 얘기를 오해할 수도 있는데 블랙핑크나 마마무의 스타일을 따라 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분명 있지만의 독특함은 곡들마다 담겨있다. 그런 와중에 몇몇 부분들이 타 걸그룹을 연상시킬 뿐이다. 마마무는 국내 손꼽히는 실력파 걸그룹이다. 그런 마마무가 생각났다는 말이다. 어떤 의미인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보컬이 굉장히 단단해지고 힘 있어졌다. 물론 라이브는 어떨지 모르지만 녹음으로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있지가 처음 데뷔했을 땐 멤버 리아나 유나의 보컬 부분이 조금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허나 앨범이 하나 둘 나오고 라이브가 익숙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일취월장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개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장담한다. 현재까지의 있지는 분명 대기만성형 걸그룹이다.

 퍼포먼스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앨범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퍼포먼스다. 'WANNABE' 도입부의 어깨춤(?)부터 시작해서 이번 퍼포먼스는 보는 내내 즐거웠다. 멤버들 간 호흡도 너무 좋았고 중간중간 개별로 다르게 짜여진 안무 구성도 매력적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부분은 포인트 안무가 약하다는 점이랄까. 지금 현재 틱톡에서 '미미미 챌린지'라고 해서 가사 'I wanna be me me me' 부분의 춤을 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좀 약한 느낌이 없지 않다. 사실 난 도입부의 어깨춤이 더 머릿속에 남았다. 이 챌린지가 얼마나 흥행할지는 모르겠지만 틱톡에서의 챌린지는 좀 더 중독성 강한 안무나 댄스가 흥행해왔다.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있지 ITZY 'IT'z ME'

 

 크레딧에서는 작사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NOBODY LIKE YOU'에서는 원더걸스 출신의 유빈이 작사에 참여했고, 전 앨범 'ICY'에도 작사에 참여했었던 페노메코가 'TING TING TING with Oliver Heldens'과 '24HRS', 두 곡에 이름을 올렸다. 난 특히 페노메코의 행보가 놀랍다. 우리가 흔히 래퍼로 아는 페노메코는 지코, 크러쉬, 딘 등과 함께 힙합 크루 'FANCY CHILD'에 멤버이며 현재 소속사는 밀리언마켓이다(FANCY CHILD에는 천재들만 모여있는 듯하다). 그는 이미 블락비, 갓세븐, 레드벨벳, 엑소 등의 곡에 작사가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이미 실력이 보증된 셈이다. 그런 그가 JYP와 손을 잡고 있지의 앨범에 작사가로 참여하고 있다니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있지의 'WANNABE'는 6일 만에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5천만 뷰를 돌파하며 순조로운 흥행선을 타고 있다. 있지의 인기몰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외모면 외모, 빠지는 거 하나 없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걸그룹이니 말이다. JYP는 예전부터 인기 걸그룹을 많이 양성해왔다. 걸그룹 명가라고도 불리는 JYP에서는 원더걸스부터 시작해 미쓰에이, 트와이스에 이어 있지까지 성공 계보를 잇고 있다. 다만 이런 JYP도 성공하지 못한 일 중 하나가 바로 빌보드 진출이다. 원더걸스의 성공에 힘입어 야심 차게 준비했던 미국 진출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소속 가수였던 임정희, G-SOUL 등도 비슷한 노선을 타고 말았다. 과연 있지의 성공은 어디까지일지, 전 세계 팬덤 형성은 물론이고 미국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을지 심히 기대해본다.

앨범 수록곡 (보라색 : 타이틀,          : 추천곡)
01. WANNABE
02. TING TING TING with Oliver Heldens
03. THAT'S A NO NO
04. NOBODY LIKE YOU
05. YOU MAKE ME

06. I DON'T WANNA DANCE
07. 24H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