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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리뷰] 디피알 라이브 DPR LIVE 'IS ANYBODY OUT THERE?'

 DPR LIVE의 행보는 꽤나 놀랍다. 그는 오왼 오바도즈, 플로우식, 식케이, 펀치넬로 등이 함께 한 '응 프리스타일'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이후 '쇼미 더 머니'와 같은 방송 출연이 딱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DEAN, Colde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유튜브 채널 'COLORS'에 소개되었다. 'COLORS'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색이 뚜렷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해주는 4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다. 그리고 보통 크루와는 차별화된 구성과 시스템을 가진 DPR 크루 활동 또한 독특한 그의 행보 중 하나이다.

DPR CREW

 DPR LIVE의 DPR은 'Dream Perfect Regime'의 약자로 완벽한 체제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 만든 크루이다. 현재 DPR 크루에는 랩을 맡고 있는 DPR LIVE,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DPR CREAM, 뮤직비디오 감독인 DPR IA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DPR REM 총 4명의 멤버가 있다. DPR LIVE가 이번에 낸 앨범 'IS ANYBODY OUT THERE?' 역시 DPR 크루 멤버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디피알 라이브 DPR LIVE 'Coming To You Live'

 이번 앨범 'IS ANYBODY OUT THERE?'은 이전 앨범 'HER'과 마찬가지로 피쳐링을 쓰지 않았다. 첫 앨범 'Coming To You Live'에서 보여준 화려한 피처링진을 생각해보면 그의 행보가 조금은 아쉬운 팬들도 적진 않을 듯싶다. 하지만 이는 곧 아티스트로서의 독립과 성장을 의미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DPR LIVE는 힙합엘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규 1집 앨범은 '캔버스'라고 표현했다. 그가 캔버스에 어떤 색을 썼고,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한번 알아보자.

디피알 라이브 DPR LIVE 'IS ANYBODY OUT THERE?'

 'IS ANYBODY OUT THERE?'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슬럼프', '우주', '사랑', 그리고 '해방' 정도일 것이다. 앨범명 'IS ANYBODY OUT THERE?'은 '거기 누구 없어요?'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사이다. 공포영화에서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리자 주인공이 'Is anybody out there?'라고 하며 '밖에(거기) 누구 있어요?'라며 물어본다거나, 영화 속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자 'Is anybody out there?'라고 하며 '밖에 누구 없어요?'라며 도움을 청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후자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앨범의 시작과 함께 이에 대한 의도가 드러난다.

디피알 라이브 DPR LIVE 'KISS ME + NEON' OFFICIAL M/V
디피알 라이브 DPR LIVE 'LEGACY' OFFICIAL M/V

 'HERE GOES NOTHING', 'GERONIMO', 'TO WHOEVER' 3곡에서 슬럼프에 빠진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신이 괌에 있을 때의 기억과 당시부터 이어졌던 고민들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초반에 나타나는 이런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끝없이 버텨내고 쓰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GERONIMO'는 미국 아메리카 인디언 아파치 부족장의 이름으로 미국에서는 용맹의 상징이다. 'GERONIMO'를 마치 부족의 의식처럼 외며 계속해서 쓰러지려는 자신을 다시금 일으켜 세운다. 'OUT OF CONTROL'과 'DISCONNECT'에서 그는 계속해서 고뇌하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자아성찰과 함께 성장이 이루어진다. 'S.O.S'에서 'SAILING OVER SATURN(토성 위를 항해하다)'라는 표현과 함께 본격적으로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DPR LIVE가 여기서 언급하는 우주는 슬럼프에서의 해방과 동시에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의 성장을 의미한다. 지구에서 우주로, 슬럼프에서 해방으로 가는 여행이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어지는 세 곡 'OH GIRL'과 'KISS ME', 'NEON'에서는 '사랑'을 노래한다. '왠 뜬금없이 사랑노래지?'라는 생각을 들 수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그저 팬들이 원래 좋아하던 스타일의 곡들을 앨범에 채운 거라 생각했는데 힙합엘이 인터뷰를 통해서 슬럼프의 극복 수단이 '사랑'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추측해보건대 아마 이 앨범에서의 사랑의 상대는 DPR LIVE 자신과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좋은 에너지와 메세지를 전달해주고픈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정신 무장한 그는 'LEGACY'를 통해서 '지구의 래퍼'들에게 강력하게 한마디를 한 뒤, 'NO RESCUE NEEDED(구조는 필요 없다)'는 슬럼프 극복 메세지를 통해서 앨범을 마무리 짓는다.

디피알 라이브 DPR LIVE 'KISS ME + NEON' OFFICIAL M/V

 원래도 몽환적인 R&B SOUL 타입의 비트를 잘 사용하는 그 답게 '우주'를 테마로 한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나 였다. 몽환적인 사운드가 지배적이며 중간중간에 나오는 '건반 천재'라 불리는 DPR CREAM의 피아노 독주도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이번 앨범에서는 DPR LIVE의 음악적 실험정신, 모험정신도 돋보인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HERE GOES NOTHING'에서의 마치 부족의 의식이 진행되는 듯한 노래는 나에겐 소름이 돋는 오프닝이었다. 'GERONIMO'라는 주문을 외는 듯한 코러스와 인디언들이 쓸법한 타악기 사운드가 한순간에 귀를 사로잡아버렸다. 이후에 나오는 'TO WHOEVER'에서도 독백과 노래를 오가는데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이번 앨범이 마치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 든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시도들이 어설프거나 엉성하지 않다. 굉장히 높은 퀄리티의 짜임새를 보여준다. 정규 1집을 내는 가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앨범이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처음 내는 정규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의 앨범이었다. 앨범 속에 이 정도의 레퍼토리, 스토리를 담을 수 있다면,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면 앞으로 나올 앨범들은 믿고 들어도 괜찮을 듯하다. 특히 이번 앨범은 타 힙합 앨범들과는 차별점을 많이 두고 있어서 더욱더 기뻤다. 한동안 한국 힙합은 잘 듣지를 않았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 앨범들을 자주 듣게 되면서 였다. 아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앨범을 듣다가 한국 앨범을 듣다 보면 항상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냉정히 말해 앨범의 질적인 부분, 사운드나 리릭에 있어서도 미국 아티스트의 앨범들이 훨씬 좋았다.

https://youtu.be/WoAzy7hAo5E

디피알 라이브 DPR LIVE 힙합엘이 인터뷰

 힙합엘이 인터뷰에서 DPR LIVE가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한국 힙합씬에 대한 부분은 나도 공감이 되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카피, 모방이라는 게 '에디톨로지(편집학)'라는 그럴듯한 말로 바뀌어 너무 남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쭉 해왔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맞지만 결국은 창조를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아티스트는 모방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하여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한 고민들이 앞설 때 비로소 좋은 창작물이 나올 수 있고, 좋은 창작물은 사람들에게 감동이 된다. 힙합이라는 문화는 미국에서 파생되었기에 그 색을 온전히 자신만의 색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건 다른 문화권의 아티스트들에겐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힙합의 범주 내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게 카피의 합당한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티스트라면, 한국의 아티스트라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DPR LIVE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계속해서 등장해준다면, 그런 아티스트들이 모여 한국 힙합씬을 이끌어간다면 한국 힙합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언젠가 전 세계를 아우를 K-HIPHOP의 등장을, 그 중심에는 DPR LIVE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DPR LIVE 'IS ANYBODY OUT THERE?' 

앨범 수록곡 (보라색 : 타이틀,          : 추천곡)
01. HERE GOES NOTHING
02. GERONIMO
03. TO WHOEVER
04. OUT OF CONTROL
05. DISCONNECT

06. S.O.S
07. OH GIRL
08. KISS ME
09. NEON
10. LEGACY
11. NO RESCUE NEE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