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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리뷰]에미넴 Eminem 'Music To Be Murdered By'

 최근 '랩 갓(Rap God)' 에미넴의 앨범 발매 소식과 함께 여러 가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신기록들이었다. 타이틀곡 'Godzilla'로 '30초 안에 가장 많은 단어를 사용한 곡'으로 기네스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에미넴 다운 기사였다. 또 하나는 앨범 기록이었다. '10번 연속 앨범 1위로 데뷔'라는 신기록이었다. 칸예 웨스트가 가지고 있던 9번의 기록을 제쳤다고 한다. 이 부분은 사실 좀 놀라웠다. 이번에 에미넴 앨범이 나오는 줄도 몰랐던 나다. 별 다른 홍보는 없었다. 20곡이라는 적지도 않은 분량의 앨범을 갑자기 뜬금없이 냈다. 이런데도 1위를 했다는 건 그만큼 앨범의 질이 좋다는 방증이다. 마지막으로 접한 기사는 아카데미 무대에 18년 만에 올랐다는 기사였다. 당황한 관객들의 표정이 밈으로 사용된다는 내용을 읽고는 실소를 터뜨렸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유행하면서 랩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이어졌다. 정박을 타던 래퍼들이 엇박을 타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선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독자적인 플로우와 톤, 발음이 언제부턴가 래퍼들의 실력처럼 여겨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끔씩 정박에 가사와 라임에 힘을 실은 래퍼들이 앨범을 낼 때면 괜스레 반가워지곤 했다. 딥플로우가 앨범 '양화'를 발표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앨범도 줄기차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에미넴은 나에게 이런 존재였다. 그가 선보이는 라임과 워드 플레이는 언제 들어도 재밌었다(물론 랩 스킬도 대단하다). 그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힙합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 또한 그러했다.

에미넴 'Music To Be Murdered By'

 랩에 있어서 우선시되어야 할 부분이라 한다면 나는 단연 리듬(플로우)과 라임을 꼽는다. 말과 가사를 리듬감 있게 전달하는 게 랩이고 라임은 이 리듬감을 극대화시켜준다. 에미넴은 예전부터 라임적인 부분에서는 유명한 래퍼였다. 라임을 배우기 위해선 그의 노래가 교과서일 만큼이나 훌륭하고 유명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라임과 랩 스킬이 녹슬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타이틀곡 'Godzilla'에서의 후반부 30초는 그의 라임과 랩 스킬이 어우러져 랩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에미넴 'Music To Be Murdered By', 그리고 알프레드 히치콕

 이번 앨범에서 에미넴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비판을 강력하게 담아냈다. 'Stepdad'나 'Darkness'에서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Hater'들에 대한 비판도 신랄했다. 그리고 그들을 비꼬고 있는데 그 방법으로 오마주를 선택했다. 오마주한 대상은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4번과 20번 트랙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고 몇 마디의 대사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사실 이 앨범의 핵심이다. 에미넴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살아생전에는 훌륭한 감독으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타계한 이후에 그는 영화의 신이라는 불멸의 칭송을 받고 있다. 에미넴은 이런 부분을 오마주를 통해 자신에게 넌지시 견주어 보고 있다.

 앨범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나처럼 랩 본질의 재미를 느끼기엔 무리 없는 앨범이다. 다만 요즘의 트렌드 반영이나 세련됨, 신선함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뒤처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피처링진에 Young M.A나 Juice WRLD, Don Toliver 등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린 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전 두 앨범 'Revival'과 'Kamikaze'에서 보여줬던 피처링 진보다 훨씬 트렌디하고 세련되어졌으니 말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는 쉽게 도태되기 마련이다. 허나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는 누구보다 앞서간다. 이번 앨범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고립이 아닌 수용이었다. 다음 앨범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앨범 수록곡 (보라색 : 타이틀,          : 추천곡)
01. Premonition (Intro) 
02. Unaccommodating (Feat. Young M.A)
03. You Gon' Learn (Feat. Royce Da 5'9'' & White Gold) 
04. Alfred (Interlude) 
05. Those Kinda Nights (Feat. Ed Sheeran)

06. In Too Deep 
07. Godzilla (Feat. Juice WRLD)
08. Darkness
09. Leaving Heaven (Feat. Skylar Grey)
10. Yah Yah (Feat. Royce Da 5'9'', Black Thought, Q-Tip & Denaun)
11. Stepdad (Intro) 
12. Stepdad 
13. Marsh
14. Never Love Again
15. Little Engine
16. Lock It Up (Feat. Anderson .Paak)
17. Farewell
18. No Regrets (Feat. Don Toliver)
19. I Will (Feat. KXNG Crooked, Royce Da 5'9'' & Joell Ortiz)
20. Alfred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