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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리뷰]아이즈원 IZ*ONE 'BLOOM*IZ'

 작년 7월쯤부터 프로듀스 투표 조작이라는, 그저 소문일 것 같은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프로듀스 101의 안준영 PD가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슈퍼스타 K'부터 지금까지 이런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 줄을 이어 왔지만 이런 조작 사건이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팬들을 물론 시청자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이었다. 비난의 화살은 프로그램과 PD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엑스원은 해체되었고 아이즈원은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되었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누군가는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즈원의 이번 컴백은 가시밭길이었다.

 가시밭 속의 장미가 핀 걸까.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연기되었던 아이즈원의 'BLOOM*IZ'가 2월 17일에 걸그룹 음반 초동 판매 '역대 최다'라는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으로 발매가 이루어졌다. 초동 판매량은 트와이스 8집 'Feel Special'이 보유하고 있던 기록 15만 4천 장의 2배를 넘는 35만 6천 장으로 집계되었다. 걸그룹의 역사를 다시 쓴 셈이다. 이렇게나 아이즈원의 행보는 앨범명처럼 꽃을 피우고 있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이즈원 IZ*ONE 'BLOOM*IZ'

 'BLOOM*IZ'는 아이즈원의 이전 앨범 'COLOR*IZ'와 'HEART*IZ'에 이은 'FLOWER series'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앨범이다. 'BLOOM*IZ'는 개화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BLOOM'과 아이즈원의 합성어로 '절정'의 아름다움을 담아 마침내 '만개'를 앞두고 있는 열 두 소녀의 모습들을 다양하게 담아냈다고 한다(요즘 아이돌들은 스토리텔링이 대단한 것 같다). 축제의 느낌을 담은 타이틀곡 'FIESTA'를 필두로 다양한 단체곡과 유닛곡을 포함, 총 12곡이라는 가장 큰 볼륨의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FIESTA'는 V.O.S의 최현준 님이 작곡을 하셨다고 한다(최현준 님의 작곡 이력을 보면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앨범에서는 꿈을 이루는 과정을 꽃이 피는 개화로 표현하였고 그 분위기를 축제라는 소재로 표현하고 있다(뮤직비디오의 안무, 배경 등에서도 개화, 축제 등의 이미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타이틀곡 'FIESTA'와 더불어 'DREAMLIKE', 'AYAYAYA', 'OPEN YOUR EYES' 등의 곡에서 하우스 느낌의 사운드를 사용하여 축제의 느낌을 연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신스 사운드가 앨범의 주를 이룬다. 꿈, 눈빛, 함께, 만남 등의 키워드를 사용해서 전체적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를 조성하는 데에는 노래 틈틈이 사용된 밝은 고음(벨, 실로폰 등의 사운드)이 한몫하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타이틀곡 'FIESTA'를 중심으로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빠른 템포와 함께 이끌고 가다가 중반부부터는 '우연이 아니야', 'YOU & I',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밤도 지나가겠죠' 등의 곡을 통해서 템포를 늦추며 감성적인 집중을 이끈다. 이후 마지막 곡인 'OPEN YOUR EYES'로 강렬한 느낌을 되살리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멤버들 중 권은비, 김민주, 조유리 등의 작곡, 작사 참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옛날 초기의 아이돌은 춤과 노래가 실력의 전부였다면, 요즘의 아이돌들은 거기에다 싱어송라이터 적인 면모가 더해졌다. 남자 아이돌 중 대표적으로는 빅뱅의 지드래곤과 블락비 지코, 빅스의 라비, 방탄소년단의 슈가 등이 있겠고 여자 아이돌 중엔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있다. 작곡 실력도 출중한지라 만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이쯤 되면 연습생들이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미디도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곡 작업 참여는 가수들의 앨범 이해도를 높여주고 이후에 더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이번 앨범에서 아이즈원 멤버들의 참여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는 각 멤버들이 아이즈원이 아닌 한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즈원 프로듀스 48

 나쁘지 않은 앨범 퀄리티였다. 타이틀곡도 잘 뽑혔고 전체적인 짜임새나 통일성이 좋아 앨범을 듣는 내내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곡들이 다채롭다는 느낌이 없고 비슷한 느낌의 내용과 분위기가 반복적으로 나와서 듣는 동안 지루하단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그룹이다 보니 멤버들 간의 조화(목소리 톤이나 발성, 창법 등을 말한다)가 조금 불편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 단체곡과 유닛곡으로 나눈 거라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투표 조작 사건에 연루된 그룹이 꿈과 희망에 대해 노래하는 부분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물론 멤버들이 직접적으로 관여되어있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즈원은 프로젝트 그룹이다. 그 말인즉슨 일정한 기간을 정하고 활동을 하기에 해체일이 정해져 있단 뜻이다. 해체일은 정확하진 않으나 2021년 상반기로 예상되고 있다. 아티스트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그들에겐 아이즈원으로서의 그룹 활동은 다사다난했을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야 꽃봉오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즈원이 끝날 즈음엔 정말 각 멤버들이 꽃봉오리를 피웠으면 한다. 해체 이후에 한층 더 성숙해진 아티스트로서 우리 앞에 나타나 주길 바란다.

앨범 수록곡 (보라색 : 타이틀,          : 추천곡)
01. EYES
02. FIESTA
03. DREAMLIKE
04. AYAYAYA
05. SO CURIOUS

06. SPACESHIP 
07. 우연이 아니야
08. YOU & I
09. DAYDREAM
10. PINK BLUSHER 
11. 언젠가 우리의 밤도 지나가겠죠 
12. OPEN YOUR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