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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리뷰] 드레이크 Drake 'Toosie Slide'

 2020년 4월 3일, 드레이크의 신보 'Toosie Slide'가 발표되었다. 해외 힙합을 드레이크의 음악으로 입문했던 나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드레이크를 래퍼 중 가장 좋아하며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드레이크의 음악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여러 비슷한 음악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드레이크만이 가진 매력을 따라올만한 PBR&B를 듣지 못했다. 이는 드레이크가 음악 장르적인 매력뿐 아니라 보이스, 사운드, 곡의 구성 등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가득한 음악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레이크의 음악에 나는 이러한 믿음과 애정이 있었고 그의 신곡들은 언제나 믿고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 나온 'Toosie Slide' 역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드레이크 Drake 'Toosie Slide'

 드레이크의 노래들은 편하게 멜로디에 몸을 맡기며 들을 수 있는 곡들이 많다. 'Toosie Slide'는 딱 드레이크가 대표하는 스타일의 노래다. 내가 좋아하는 'Passionfruit'부터 시작해서 'One Dance', 'Get It Together', 'God's Plan', 'In My Feelings' 등 여태 그가 발표한 대표적인 곡들과 유사한 스타일의 노래이다. 이런 드레이크의 노래 스타일은 '심플함'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의 음악에서의 사운드를 흔히 'OVO 사운드'라고 하는데 이는 상당히 몽환적이고 몽롱하며 미니멀한 사운드를 말한다. 기술적으로는 EQ를 많이 먹이고 공간감을 많이 준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운드 위에 그의 나른하고 정갈한 보이스가 어우러져 드레이크 스타일의 노래가 탄생한다. 그는 멜로디를 뽑는 데 있어서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귀에 꽂히는 미니멀하고 심플한 멜로디와 가사는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는 아주 강력한 무기이다. 'Toosie Slide'에서도 'It go right foot up, left foot slide, Left foot up, right foot slide(이렇게, 오른발 위로, 왼발은 미끄러지고, 왼발 위로, 오른발은 미끄러지고)'라는 심플한 내용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 이 가사를 노래로 처음 듣자마자 가사처럼 가볍게 춤추는 드레이크의 모습이 떠올랐다.

드레이크 Drake 'Toosie Slide' 뮤직비디오 속 춤추는 드레이크
드레이크 Drake 'Toosie Slide' 패션감각도 점점 좋아지는 듯하다

 내 생각처럼 역시나였다. 뮤직비디오에서 나온 그의 춤추는 모습은 내 상상과 거의 일치했다(뮤비에서의 춤이 더 재밌었다). 드레이크가 춤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내 기억이 맞다면 'Hotline Bling' 때부터였다. 'Hotline Bling'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그의 춤이 굉장히 재밌고 우스꽝스러워서 패러디 열풍이 줄을 이었다. 드레이크는 아주 영리하게 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InMyFeelings 챌린지로 대박을 터트리는가 하면, 'No Guidance' 뮤직비디오에선 더기 장인 '크리스 브라운'과 우스꽝스런 댄스 배틀을 연출해 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보인 춤 또한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우며 재밌어 보였다. 이미 외국에서는 'Toosie Slide Challenge'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음악만 잘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아주 영리한 비즈니스 맨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어떤 부분이 사람들에게 재밌는 요소로 작용할지를 알고 어떤 게 흥행할 건지 알고 있다. 대중성에 대한 타고난 촉과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드레이크 Drake 'Toosie Slide' 드레이크와 건축가 페리스 라펄리 Ferris Rafauli
드레이크 Drake 'Toosie Slide' 진열장에 놓인 수많은 트로피

 대중성에 대한 감각은 곧 아티스트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이번 'Toosie Slide' 뮤직비디오는 토론토에 있는 그의 저택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저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건축 디자이너 Ferris Rafauli를 고용하여 한화로 약 65억에 매입한 토지 위에 초호화 저택을 세웠다고 한다. 드레이크의 집 가치는 한화로 약 200억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집 안에 수영장, 영화관에 이어 농구코트까지 있으니 더 말할 게 있는가. 뮤직비디오에선 그의 저택을 돌아다니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드레이크를 볼 수 있다. 단지 그것뿐이지만 단언컨대 이보다 스웩 넘치고 플렉스한 뮤직비디오를 보지 못했다(저택이 주는 위압감이 어마어마하다). 뮤직비디오의 시작 시 드레이크 앞에 진열대에 놓인 수많은 트로피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저택, 그 안에 채워진 고가의 물품들, 저택 앞마당에서 터지는 폭죽들, 그 위에서 가볍게 스텝을 밟는 드레이크의 모습은 마치 성공을 자축하는 축하 댄스처럼 보였다. 드레이크를 시기, 질투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약 오를만한, 드레이크의 팬들이라면 기쁠, 누군가에겐 부러울, 누군가에겐 소름 돋을 만한 뮤직비디오였다.

드레이크 Drake 'Toosie Slide' 저택 앞 마당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춤추는 드레이크

 드레이크는 성공한 아티스트이자 래퍼, 배우, 프로듀서이다. 어마어마한 괴물 같은 기록들을 수도 없이 가지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시스템이 더 좋아지면 충분히 깨질 수도 있는 기록들이지만 이 시대에서 그는 대단한 역사를 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 그는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언제 떨어질지 가늠할 수도 없다. 그의 대중적인 천재성은 지금과 같은 커리어 하이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줄 것이다. 보다 더 나아가, 힙합이 미국 음악시장의 주류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프랭크 시나트라'처럼 반 세기 이상 미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할지 누가 알겠는가. 'Toosie Slide' 가사처럼 그는 이미 우리에게 깊숙이 파고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