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리뷰] 케이티 KATIE 'ECHO'

 2015년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 4에 출연해 우승, 그 후 기획사를 YG에서 AXIS로 이적, Ty Dolla $ign과의 협업으로 이슈가 된 가수. 지난해 미니앨범 'LOG'를 발매, 이번해 4월에는 싱글 'ECHO'를 발매. 바로 케이티(KATIE)의 이야기이다. AXIS로의 이적 후 그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AXIS는 YG에서부터 함께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시티(SINXITY)가 이끄는 소속사로 칼리드, 트레비스 스콧, 해리 스타일스 등이 소속된 소니뮤직과 글로벌 레코드 계약 체결에도 성공했다. 

케이티 KATIE

 내가 케이티를 처음 알게 된 건 K팝스타가 아니었다. 원래 아이돌 가수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K팝스타는 시청한 적이 없었다(대형 기획사들이 개입되어 있다 보니 더욱더 그랬다). 케이티를 처음 알게 된 건 'Remember'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였다. 당시 이 뮤직비디오에 핫한 힙합 뮤지션들과 아티스트,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칸예 웨스트의 이지 시즌 3 쇼를 베꼈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이건 그냥 넘어가겠다. 아무튼 나에겐 굉장히 인상적인 곡과 뮤직비디오였고 해외를 타게팅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랍기도 하였다. 

케이티 KATIE 'ECHO'

 이번 신곡 'ECHO' 역시 타게팅은 해외인 듯하다. 오직 영어로만 된 가사, 'Remember'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VM project의 paranoid paradigm이 다시 한번 연출한 뮤직비디오,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프로듀서진들이 이를 증명한다. 현재 저스틴 비버, 비욘세, 블랙 아이드 피스 등의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안무를 비롯해 블랙핑크,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안무가 카일 하나가미가 안무를 제작한 댄스 퍼포먼스 비디오까지 나온 상황이다.

케이티 KATIE 'ECHO' 뮤직비디오

 'ECHO'는 퓨쳐알앤비(Future R&B) 장르의 곡으로 퓨쳐알앤비 특유의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공간감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곡은 믹싱이 아주 잘된 듯하다. 노래 전체적으로 공간감이 아주 훌륭하고 사운드가 깔끔하다. 케이티의 소울풍 보이스에서 나오는 가성과 고음의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신곡 'ECHO'는 사랑에 빠진 화자의 애타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 표현을 울림(ECHO, 또는 메아리)이라는 감각적 표현을 써서 나타낸 노래이다.

 케이티가 한국에서 이슈가 된 이유는 한국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미국 본토 느낌의 소울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수 이하이가 이슈가 되었던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살려서 미국, 빌보드를 타게팅하는 건 그렇게 안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유튜브 채널 'Genius'에 케이티가 출연한 영상을 봤다. 물론 가수로서 케이티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Genius'를 가서 보아라. 케이티처럼 매력적인 가수들이 즐비했다. 그 와중에도 케이티처럼 소울과 알앤비에 기반을 둔 가수들이 어마어마하다. 더군다나 그런 가수들 중에서 케이티가 탑인 것도 아니니 지금 케이티가 선택한 길은 결코 쉬운 길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케이티 KATIE 'ECHO' 뮤직비디오

 물론 한국에서도 R&B/Soul 장르가 그렇게 크게 각광받지는 못한다. 특히나 케이티처럼 본토 느낌이 강한 R&B/Soul은 더욱 그러하다(기존의 R&B/Soul 장르의 가수들은 발라드 느낌이 강하다). 현재 우리나라 주류 장르라고 한다면 아이돌 위주의 K팝, 예전부터 사랑받아 온 발라드, 몇 년 전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온 힙합, 그 뒤로 알앤비나 소울, 인디, 팝,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트로트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케이티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을 수도 있다. 3년 동안 YG에서 어떠한 활동도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케이티 KATIE 'ECHO'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의 소속사 AXIS가 국내 소속사, 엔터테인먼트가 여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미국 빌보드 쪽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케이티의 영상들이나 뮤직비디오, 음악들을 보면 미국 냄새가 가득히 배어있다. 한국의 가수가 빌보드 진출을 노리는 느낌이 아닌, 미국 본토에서의 R&B/Soul 가수의 탄생 과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은 확실히 소속사 AXIS가 미국 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꿰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케이티의 행보가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렌다. K팝이 아닌 장르로는 아직까지 빌보드 쪽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가수가 없었기에 케이티가 그 첫 주자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케이티가 가수로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빌보드 공략에 있어서 또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