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영화리뷰]리스본행 야간열차

 야간열차는 어둠 속을 달린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화 속 야간열차는 빛을 찾아서, 아침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영화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노련한 연기와 책을 통한 흥미로운 전개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책 밖의 주인공의 삶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그 책의 매력에 이끌려 무언가를 찾고자 현실을 다 제쳐두고 리스본으로 가게 된다.

 책 속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가는 전개는 매우 흥미롭다. 책 속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빼앗길 수도 있지만 여전히 그레고리우스에게 눈을 떼지 않길 바란다.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후회하고, 부정하고, 또 하나의 희망을 보게 된 한 중년의 남성을 놓쳐선 안된다.

'술 못하는 사람은 믿지않네.'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레고리우스는 책의 발자취를 따라 책 속에 나왔던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많은 사연이 있었고, 늙었고, 후회하고 있었다. 책 속의 배경은 책 속 주인공들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훌륭한 장치로 작용한다. 그레고리우스가 사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이야기, 말 그대로 책 속의 이야기 같은 삶이다. 이렇게 증폭된 감정은 다른 이들에게 전이하기 쉽고 그렇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러한 뜨거운 감정들만이 삶을 가치 있게 하고 진정한 삶을 만들어준다고 말할 수 있는가? 책 속의 이야기의 마지막은 과연 그레고리우스가 생각하는, 자신이 찾고자 했던 삶의 무언가를 담고 있었을까? 

'그들의 인생에는 활력과 강렬함이 가득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 인생은 뭐죠?'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 또한 이런 질문들을 나에게 끊임없이 던지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에 비해 내 인생은 덜 빛나고, 화려하지 못하고, 생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나의 욕심 때문이었고 내 가치관의 문제였다. 개인마다 가치의 차이는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하고 빛나는 것들이 중요할 수 도 있다. 누군가에겐 소소한 어떤 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책 속의 삶과 책 밖의 삶. 나에겐 두 개 다 멋져 보였다. 화려함과 소소함, 그 두 가지의 매력들이 장면의 이동을 통해 적절히 보여졌다. 책 속의 결말은 무언가 찜찜했다. 오히려 그레고리우스에게 더 큰 질문을 던지게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레고리우스는 영화 마지막까지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한다. 묘한 느낌을 주며 막을 내리는 이 영화는 나에게 심심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원작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이런 감정선이 섬세한 내용의 작품들은 영화보단 글이 전달을 잘할 때가 많다. 기회가 된다면 꼭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