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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리뷰] 이승기 'Crazy For You'

 학창 시절, 나는 당일 발매하는 앨범 전부를 들으며 지냈던 것 같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했고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듣는 게 재미있었다. 아무튼, 난 이후로 노래를 앨범 단위로 듣는 습관이 생겼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숨은 명곡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당시 '내 여자라니까'로 엄청난 인기 몰이를 했던 이승기가 2집을 냈었고 앨범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계속 스트리밍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 듣기에는 촌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세련된 앨범이었다. 이승기는 1집에서는 이선희의 노래 'J에게'를 록 스타일로 리메이크해서 불렀는데 반응이 괜찮았었다.

이승기 2집 'Crazy For You'

 이승기 2집은 온전히 자신만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승기표 발라드를 만끽할 수 있었던 앨범이라 내가 유독 좋아했던 것 같다. 이승기 2집 타이틀곡 '하기 힘든 말'과 함께 '입모양', '그래서 어쩌라고', '그럴까봐', '사랑을 지우다' 등의 짙은 감성의 발라드와 '외쳐본다', '한 번만' 등 당시 유행했던 미디엄 템포 발라드, 그리고 'Crazy for You', '첫키스' 등의 록/메탈 느낌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앨범 전체를 듣기에 심심치 않은 구성이다. 2집에 수록된 발라드들은 대부분 멜로디 라인이 잘 뽑힌 느낌이다. 오히려 타이틀곡 '하기 힘든 말'이 1집 때완 달리 임팩트가 크지 않아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당시 이승기의 1집 수록곡 'J에게'의 괜찮은 반응 이후 2집에서도 이어진 록/메탈 스타일의 밴드 사운드 느낌의 곡들은 당시 '바른 청년' 이미지였던 이승기와 꽤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승기

 1집 이후에 리메이크, 커버곡들의 반응이 꽤나 좋았어서 2집에도 당연하게 들어갈 줄 알았지만 의외로 아니었다. 사실, 리메이크나 커버곡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이미 대중성을 인정받은 곡을 선택하여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당한 실력으로 본래의 곡을 뛰어넘거나 아티스트 본인만의 색을 맛깔스럽게 잘 입혀야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원곡에 압도당하게 되어버린다. 이승기의 커버곡들을 좋아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승기의 짙은 호소력과 발성에 매력을 느꼈을 거라 짐작한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에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발성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Hound Dog'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커버 가수로는 세기의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다. 그는 초창기 시절 '힐빌리 캣'(힐빌리는 컨트리 음악의 일종, 캣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카피캣'과 유사한 맥락이라 보면 된다.)이라고 조롱당하고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세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활동한 로큰롤 시대에는 수많은 커버곡들이 쏟아졌다.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시작은 커버곡이었다. 'Mystery Train', 'Hound Dog' 등 엘비스 프레슬리의 다양한 커버곡들이 존재하며 이 곡들을 들어보면 원곡의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커버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가진 능력이 매우 출중한 부분도 있지만 이를 발굴하고, 디렉팅한 A&R과 프로듀서의 역할 또한 굉장히 중요했다. 그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가죽재킷과 리젠트, 로큰롤, 그리고 록스타 이미지까지 이 모든 것들이 치밀하게 짜여진 기획에서 비롯되었다. 이승기 또한 싸이와 이선희의 프로듀싱을 받으며 성공할 수 있었다. 진작에 이승기가 가졌던 매력, 목소리의 힘을 알아본 것이다.

이승기의 다양한 리메이크 앨범들

 이승기는 이후에도 상당히 많은 양의 커버곡과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했다. 디지털 싱글 앨범 '고해',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Vol.1. 2' 그리고 '여행을 떠나요' 등이 있다. 이승기처럼 많은 리메이크 곡과 앨범을 발매한 가수는 보기 드물다. 또 이렇게 계속해서 리메이크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건 그만큼의 수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승기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이승기의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 이승기의 앨범을 들어보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리뷰를 해보았다. 요즘은 예능, 드라마, 영화 등 방송 쪽 일을 더 많이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선 음악을 하지 않기에는 너무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음반이 후에 나올 거라고 분명 생각한다. 하루빨리 이승기를 음악으로 다시 만나봤으면 싶다.

이승기 'Crazy For You'

앨범 수록곡 (보라색 : 타이틀,          : 추천곡)
01. 하기 힘든 말
02. 외쳐본다
03. 입모양
04. 그래서 어쩌라고
05. 가면

06. 그럴까봐
07. 한번만
08. Paradise
09. Crazy for you (Feat. 적혈구 Tommy)
10. Beautiful Girl
11. 사랑을 지우다
12. 첫키스
13. 오늘 같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