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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리뷰]지코 ZICO '아무노래'

 보통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노래나 듣지 않는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장르의 곡들을 듣기 마련이다. 리스너들은 더욱더 까다로워지고 전문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대한민국 많은 리스너들이 '아무노래'나 듣게 만든 아티스트가 있다.

 

지코 '아무노래'

 

 한동안 사재기로 시끌벅적하더니 차트가 깔끔해졌다. 우울한 노래들로 가득하던 차트에 활력이 더해졌다. 여기에 정점을 찍은 아티스트는 지코(ZICO)였다. '아무노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재즈, 보사노바 풍의 비트에 지코 특유의 흥겨운 랩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무노래'의 흥행은 크게 3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로 지코라는 천재 아티스트의 완성이다. 이런 희대의 천재는 보기 드물다. 그는 래퍼임과 동시에 작곡가이며 프로듀서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코라는 아티스트가 손대는 장르가 힙합뿐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싸이 - I LUV IT, 세정 - 꽃길 등에서 장르를 불문하는 그의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게 지코의 힙합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든다. 몇달 전 발매했던 'THINKING Part.2' 수록곡 '남겨짐에 대해(Feat. 다운)'나 이번 '아무노래' 등은 이러한 장점이 잘 나타난 곡들이다. 이렇게 장르 불문하고 대중적인 아티스트가 국내에 몇이나 될까. 이런 그가 최근에는 KOZ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까지 설립했다.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아마 우리는 지코라는 이름을 몇십년은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코 '아무노래' 챌린지

 

 두 번째, '챌린지' 마케팅의 국내 상륙이다. 'ㅇㅇ챌린지'는 이미 미국쪽에선 하나의 문화가 된지 오래다. TikTok, 인스타그램 등의 다양한 SNS에서 해외 팝과 관련된 챌린지를 흔히 접할 수 있다(특히 힙합 장르에서). 나는 이런 챌린지 형식의 마케팅이 언제 국내에서 도입될지, 어떤식으로 들어오게 될지가 궁금했다. 선두주자는 지코였다. 사실 이런 챌린지는 iffy와 flex 등의 곡을 통해서 시작됐다. 힙합 리스너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의 붐은 일었으나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못했다. 어떻게 대중화 시킬지가 관건이었다. 지코는 이 해결책으로 '유명인사'를 선택했다. 청하를 시작으로 화사, 장성규 등과 아무노래 챌린지를 이어나가자 이후 많은 유명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챌린지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대중들에게도 이어졌다. 국내에서 챌린지 형식의 마케팅 첫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지코라는 아티스트의 천재성은 작곡에서만 돋보이는게 아닌 것 같다.

 세 번째, 힙합의 대중화이다. 처음 힙합이라는 장르가 주목받고 차트를 휩쓸게 된 건 힙합이 가진 강렬함과 터프함, 솔직함과 자유로움 등의 이유였다. 이는 순간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를 메이저까지 끌어올렸으나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대중들은 금방 식상해 했다. 누군를 향한지도 모를 화(?)를 계속해서 듣고싶어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힙합에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터프함은 줄어들고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화와 욕 보단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은 가사를 부르기 시작했다. 힙합 특유의 흥겨움과 자유로움은 그대로 지닌 채로 말이다. 현재 시각으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두 곡 '아무노래'와 창모의 'METEOR'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변화를 가질 수 있는건 힙합이라는 장르의 강점이다. 이는 빌보드에서 힙합이 주류 장르로 오랜기간 차트에 군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힙합은 천재 아티스트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딱 좋은 장르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노래' 신드롬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발매 시기 또한 사재기 정황과 맞물려 환상적이였다. 아티스트의 환상적인 실력과 정당한 마케팅으로 이룬 1위는 대중들로 하여금 어느정도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켰으리라. 글을 적는 나 또한 묘한 감정이 생겨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