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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1. 과거와 현재의 케이팝

 현재의 형식과 틀을 만든 케이팝 K-pop이 출범한지도 언 30년이 되어간다. 3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면서 케이팝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글에선 케이팝이 과거부터 어떻게 변했고, 현재 케이팝이 가진 특징은 무엇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조심스레 예측해 보고자 한다.

 케이팝의 시작을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이라는 가정 하에 설명하려 한다. 그 이유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이 과거 가수들 중 현재 케이팝의 형식과 틀에 가장 근접하기 때문이다(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서태지, 양현석, 이주노 세 멤버로 구성된 그룹 형태의 최초 '아이돌'의 이미지를 띤 가수였다. 노래 또한 당시에는 생소한 장르였던 댄스와 랩, 락 등을 주로 했으며 이는 가요계의 판도를 바꾸는 큰 역할을 하게 했다.

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서태지와 아이들(왼쪽부터 이주노, 서태지, 양현석)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아이돌 가수의 시대가 시작된다. 먼저 남성 아이돌 그룹인 HOT, 젝스키스, 신화 등이 등장했고 뒤를 이어 베이비복스, S.E.S, 핑클 등 여성 아이돌이 데뷔하며 아이돌 1세대를 형성하였다. 1세대 아이돌들은 일명 '팬덤'이라고 불리는 팬 문화를 확립하는 시기였다. 수많은 10대 팬들이 아이돌의 숙소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거나 그들의 스케줄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사생팬이라는 수식어가 정립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팬덤 문화 형성과 더불어 음반시장의 소비 중심이 10대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던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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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1세대 아이돌

 아이돌 1세대 가수들의 퇴장과 함께 가요계는 잠깐 발라드와 R&B 열풍에 휩싸인다. 브라운 아이즈,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감성 짙은 R&B 가수들이 실력을 바탕으로 가요계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미디엄 템포 발라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이 시기에 SG워너비, 씨야에 이어 다비치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아이돌 시장이 잠잠하던 시기에 2세대 아이돌들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2세대 아이돌들은 워낙 많지만 그중에 아이돌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몇 그룹을 꼽자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그리고 빅뱅이다(대형 기획사 3사가 모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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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2세대 아이돌

 제일 먼저 데뷔한 건 슈퍼주니어였다. 슈퍼주니어는 데뷔 당시 12명이라는 많은 수의 멤버로도 이슈가 되었으나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한경이라는 중국 멤버의 존재였다. 이전에도 다국적 멤버로 이루어진 가수들은 몇몇 있었으나 슈퍼주니어처럼 다국적 멤버를 적극 이용한 사례는 보기 드물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들의 시초가 슈퍼주니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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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중국 활동 유닛 슈퍼주니어-M과 전 중국인 멤버 한경

 이후에 빅뱅이 먼저 데뷔를 했지만 빅뱅은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얘기를 먼저 해보자. 이 두 그룹을 꼽은 건 바로 '후크송 Hook Song' 때문이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는 2세대 아이돌의 후크송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200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중독성 강한 노래인 'Gee', 'Tell me' 등은 전국적인 유행과 함께 해외 전파로도 이어졌고 개인적으로는 케이팝의 음악적 특성을 형성했다고도 생각한다.

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소녀시대 'Gee'와 원더걸스 'Tell me'

 그룹 빅뱅은 내가 생각하는 2000년대 가장 인상적인 아티스트이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힙합을 베이스로 한 남성 아이돌 그룹이었으며 힙합에다가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적 멜로디가 잘 조합된 수많은 히트송을 보유하고 있다. 빅뱅이 아이돌 산업과 문화에 기여한 바는 크게 2가지로 설명하고 싶다. 첫 번째는 아이돌의 세계화 또는 패션 아이콘으로의 부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빅뱅은 노래로서가 아닌 패션으로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명실상부 패션 아이콘인 지드래곤이 한몫을 했다. 지드래곤은 본인 특유의 패션 센스로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브랜드 지방시 GIVENCHY의 뮤즈로 활동, 샤넬 CHANEL의 컬렉션에 참석하는 등 그의 패션 활동의 이력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한국의 아이돌이 세계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동시에 아이돌 산업과 패션 산업의 가교 역할도 톡톡히 하였다. YG가 특히나 이런 사업 전략을 잘 구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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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빅뱅, 그리고 칼 라거펠트와 함께 있는 지드래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바로 아이돌의 '아티스트'화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돌들을 소속사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딴따라' 등으로 비하하는 일이 많았다. 실력 없는 아이돌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었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드래곤은 이런 틀을 부시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지드래곤은 일찍이 작곡, 작사, 프로듀싱에 참여하였으며 수많은 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한 인터뷰에선 자신들이 직접 곡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또한 래퍼로서의 실력도 인정받은 아티스트다. 'One Of A Kind'를 발매했을 당시 힙합씬의 국내 래퍼들이 지드래곤을 향한 리스펙을 표한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지드래곤의 행보가 3세대 아이돌에게도 영향을 준 듯하다. 빅스의 라비, 여자아이들의 소연, 그리고 BTS의 슈가 등이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아이돌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아이돌들의 프로듀싱 능력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 생각한다. 곡의 전반적인 이해를 도우며 아티스트의 수명 또한 연장할 것이다. 최근 선미의 '가시나' 활동이나 CL이 'POST UP'을 발표한 걸 보면서 자기 관리만 잘하면 아이돌 이후에도 충분히 스스로를 빛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어느덧 아이돌도 3세대로 들어서면서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많은 것을 이뤘다. 케이팝이 드디어 철옹성 같던 빌보드의 문을 열었다. 3세대 아이돌의 중심은 누가 뭐라 해도 BTS와 블랙핑크라고 나는 단언한다. 두 그룹 모두 최근에 빌보드 진입에 성공했다. BTS는 빌보드 1위라는 실로 놀라운 기록을 이뤘다. 두 그룹의 빌보드 공략은 조금 다른 노선을 걷는다. BTS는 팬들과의 소통 문화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이는 팬들의 충성심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전 세계에 그들의 팬들이 존재한다. BTS가 가진 영향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고 UN에서 연설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방탄소년단 BTS
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UN을 포함, 여러 좋은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BTS

 블랙핑크는 소통보다는 콘텐츠의 질로 승부를 보는 듯하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비디오, 비하인드 씬과 더불어 다양한 인터뷰 콘텐츠도 올라와 있으며 이런 콘텐츠의 질이 상당히 뛰어나다. 영상과 함께 음악 또한 만족스럽다. 아직 정규 앨범은 발매하지 않았으나 발매하는 곡들 하나하나가 무게감이 있다(최근 발매한 곡들이 계속 유튜브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대부분 곡이 테디 Teddy의 손을 거쳤는데 YG에서 테디의 존재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창작물의 대중성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블랙핑크 전 멤버가 각각 샤넬, 디올, 셀린느, 생 로랑 등의 유명 명품 브랜드와 뮤즈, 앰버서더 관계를 맺고 있어 멤버들의 사진과 화보의 퀄리티 또한 상당하다. 다른 어떤 아이돌의 콘텐츠보다 그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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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변한다 K-POP Changes, 블랙핑크 BLACKPINK

 내가 3세대 대표 아이돌로 BTS와 블랙핑크를 꼽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콘텐츠 속 '한국적' 느낌을 불어넣는 시도이다. BTS의 'IDOL'을 처음 접했을 때, 언젠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봤던 '장르의 한국화'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비주얼과 사운드, 가사 등에서 한국 전통적인 이미지가 아주 세련되게 등장했다(개인적으로 Trenditional, 전통의 트렌드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금 글을 쓰는 도중에도 BTS의 공연 영상이 올라와 아래에 이렇게 올려본다. 한국의 미가 이렇게나 멋있던 적이 있었나 싶다. BTS의 많은 곡들을 피독 Pdogg이 작곡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분은 '장르의 한국화'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성공적이다.

 블랙핑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아직까진 음악적인 시도까지는 보이지 않으나 비주얼적인 시도는 보이기 시작했다.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 엔딩 부분에서 멤버 전원이 아름다운 모던한 한복을 입고 댄스 포퍼먼스를 선보인다. 한복이 아이돌에게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뮤직비디오 속 그들의 모습은 전혀 위화감이 없다. 이렇게 BTS에 이어 여성 아이돌 선두주자인 블랙핑크까지 3세대 아이돌 중심에 있는 그들이 한국의 미를 알리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으니 한국인으로서 너무 감사한 일이다. 

1. 과거와 현재의 케이팝

- 끝 -